글·임주현 전문의(예수병원 비뇨기과)
[쿠키 건강칼럼] 중년 이상의 남성에게 흔한 전립선비대증은 그 자체도 불편하지만,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다. 문제는 합병증이 나타날 때까지 방치하는 남성이 많다는 점이다. 흔히 비뇨기과 질환을 부끄러운 병으로 생각해 주변에 쉽게 터놓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며 감추기 급급한 경우가 많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의 크기가 점진적으로 비대해지는 질환으로, 비대해진 전립선이 소변이 배출되는 통로인 요도를 압박해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질환의 특성상 중년 이상의 남성부터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병이기도 하다.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전립선 크기가 비대해지면서 악화된다. 증상도 평균 소변 횟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빈뇨’, 소변이 급히 마려워 참기 힘든 ‘절박뇨’, 소변을 봐도 찝찝함이 남는 ‘잔뇨’, 소변줄기가 눈에 띄게 가늘어지는 ‘세뇨’ 등으로 본인이 자각할 수 있는 변화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만큼 불편이 매우 크다.
그러나 진료실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나이가 들어 자연히 소변줄기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불편하긴 했지만 어디 얘기하기도 창피하고 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병원을 뒤늦게 찾는 경우가 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은 아니지만,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먹는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방치하면 이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큰 손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악화되고, 종국에는 방광 기능이나 신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합병증인 방광기능 문제는 다양하다. 소변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방광에 고여있다가 염증이 생겨 요도염이나 방광염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방광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어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로 이어지기도 한다.
방광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수술을 통해 전립선비대증을 개선하더라도 한번 망가진 방광기능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신장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잔뇨가 지속되어 소변이 역류하고 신장으로 압력이 전달되는 경우에는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 증상이 느껴졌을 때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증상 단계에서 치료가 시작되면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먹는 약물을 복용하면 전립선크기가 줄어들면서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조금 완화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재발해 악화될 수 있다. 의료진 처방에 따라 지속적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약물 치료만으로 개선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수술 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의 수술 요법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되어 출혈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 위험도 적고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환자가 혼자 병을 감추거나 방치하지 않고 비뇨기과를 찾는다면, 불편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하고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은 소변 보는 게 불편해지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리하지 않고 두면 다양한 합병증으로 번져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자가진단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이라면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을 위한 생활관리에 신경 쓰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비대증 예방을 위해서는 소변을 오래 참지 않고,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2시간 정도 간격으로 가벼운 하체 운동이 도움이 된다. 과음과 과로를 피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