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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수면마취 충치치료 안전할까 [쿠키인터뷰]2022-11-24 06:02:04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 되는 게 많다. 의약품·의료행위가 특히 그렇다.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돈 들여 건강을 해치는 불상사가 생기기 십상이다. ‘탈모약을 오랫동안 먹어도 부작용이 없을까’, ‘충치 치료를 위해 아이에게 수면마취를 해도 괜찮을까’와 같은 걱정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이 독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연구하는 곳이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이다.

김민정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 사무국장 겸 연구위원.   사진=임형택 기자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가 무엇인지 연구합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정부 지원을 받아 ‘질환별임상연구센터사업’,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을 해왔다. 이름이 달라질 때마다 사업내용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 중 뭐가 최선인지를 따졌다. 지금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의학적 결정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쿠키뉴스는 김민정 PACEN 사무국장 겸 연구위원을 만났다. 김 국장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 대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인·허가 받아 사용 중인 의료기술의 안전성·효과성·비용효과성 등을 살핀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온 연구결과가 환자를 치료하는 현장에서 활용되고,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사용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심근경색이나 말초동맥성 질환 등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는 혈전(피떡)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다. 이때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이 두 약을 언제까지 같이 먹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 환자는 오랫동안 두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그러던 중 허혈성심질환임상연구센터가 PACEN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1년 이상 함께 투여하면, 아스피린만 먹는 것보다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급여기준에도 반영됐다. 이제는 약물 용출성스텐트 시술 후 클로피도그렐 사용에 대한 보험금은 1년까지만 지급한다.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해 환자가 먹을 일은 드물다.

김 국장은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팔고 있는 제품의 용법이나 용량을 줄이는 임상시험을 할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기 제품을 덜 써야할 이유를, 돈 들여 찾을 기업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공익적 관점에서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이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의료비 낭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연구를 통해 약이 더 사용되도록 한 경우도 있다. 급성 허혈성뇌졸중에 사용하는 혈전용해제인 액티라제(성분명 알테플라제)는 뇌졸중 발생 3시간 이내에 투여할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런 건강보험 적용범위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이 때문에 약의 효험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생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PACEN은 뇌졸중임상연구센터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결과를 근거로 뇌졸중 환자에 대한 액티라제 투여 시점은 ‘발생 후 4.5시간’까지로 권장됐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 변경으로 이어졌다.

김민정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 사무국장 겸 연구위원.   사진=임형택 기자

“혈액투석 횟수를 줄여도 괜찮을 지 알아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에는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다양한 의료기관이 참여한다. PACEN은 연구 수행기관에 최대 25억원을 지원한다. 20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총 121개 연구에 지원이 이뤄졌고, 연평균 1610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했다.

김민정 사무국장은 “이런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건 PACEN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많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희망한다. 지금 중대형 과제 하나당 평균 15개 기관이 참여할 정도”라고 밝혔다. 
 
현재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심혈관계, 암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노인·산모·소아·청소년·탈북이주민 등 의료취약계층의 포괄적 서비스 지원을 위한 연구를 비롯해 △의료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연구 △의료서비스 적정성 향상을 위한 연구 △국민체감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국내 진료 최적화를 위한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 2022년 9월까지 누적 2만1749명의 연구대상자(환자)가 등록됐고, 2026년까지 총 7만4778명이 참여할 계획이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을까. 보통 혈액투석 치료는 일주일에 3회 하는데, 신장(콩팥) 기능이 남아있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석 횟수를 주 2회로 줄이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고 있다. 

위암 환자는 근치적 위절제술 후 3~5개월 간격으로 추적관찰을 진행하지만 추적관찰 빈도와 주기에 대한 과학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PACEN은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소아 환자는 검사·시술을 불안해하고 통증을 잘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가피하게 잠을 재워야 하는데, 보통 진정 신경계를 유도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PACEN은 어떤 방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검증하고 있다. 

안과 병원에서 널리 시행하는 노안교정술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 위암·대장암 검진은 몇 살부터 받는 게 효과적일지, 노인이 돼도 암 검진을 계속 받아야 할지 등도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이 지원하고 있는 연구과제다. 

김민정 사무국장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은 이론적인 것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연구분야를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면서 “연구 성과가 임상진료지침이나 건강보험정책에 반영돼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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