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성용 교수(일산백병원 비뇨기과)
[쿠키 건강칼럼] 기나긴 폭염을 지나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찬바람 부는 가을 무렵이면 중년 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이 시작된다.
필자의 환자인 40대 환자 K씨는 몇 년 전부터 전립선비대증을 앓아온 환자다. 오랫동안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있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다가 각종 배뇨 불편에 이어 통증으로까지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눈에 띄게 늘어난 소변 횟수로 인해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있었다. 중요한 업무 중에도 긴박하게 소변이 마려워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회사 동료의 눈치가 보여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K씨와 같이 전립선 질환을 앓아온 환자는 땀이 잘 나지 않는 추운 계절에 소변량이 늘고 과민해진 방광에 의해 배뇨 질환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평소 소변 습관을 기준으로 전립선 건강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남성이라면 흔히 나타나기 쉬운 전립선 질환은 가을철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많은 남성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전립선비대증은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나타나 60대의 60~70%, 70대 이상의 거의 모든 남성에게서 발생해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질환인 셈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노화와 남성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비대해진 전립선이 소변을 배출하는 통로인 요도를 압박해 다양한 배뇨 장애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하루 평균 소변 횟수가 8~10회까지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빈뇨’ 증상이 대표적인데, 이 외에도 참을 수 없이 마려운 ‘절박뇨’, 힘을 줘야 소변을 보는 ‘복압배뇨’, 소변을 본 뒤에도 찜찜한 느낌이 계속되는 ‘잔뇨감’, 야간에 소변이 마려워 깨는 ‘야간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지속적인 배뇨 장애는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잦은 요의로 장시간 운전이나 외출이 곤란해지고 야간 중 정상적인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 시간 활동에도 지장을 받는다. 대인관계 기피, 우울증 등 심리적인 타격을 입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환자도 많다.
이처럼 중년 남성의 삶의 질과도 연관된 전립선비대증은 초기 배뇨 증상에 변화가 있을 시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보고 신속히 병원을 찾아 진단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배뇨장애는 많은 환자들이 불편 증상을 느끼지만, 단순한 소변 불편이나 노화 등으로 생각하고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방광이 늘어지고 수축력이 약해져 요로감염, 요폐 등의 합병증에 이를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수술 후에도 방광이 회복 불가능하게 돼 만성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수술 없이 먹는 약을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 복용 후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감소했다. 약물 복용은 중단하는 일 없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판단해 임의로 약물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기온이 떨어지고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부터 전립선 질환에 노출되거나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소변 증상이나 불편 문제가 생기면 초기에 적극적인 병원 방문을 통한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질병 악화를 막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