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쿠키 건강칼럼] 제3의 다나의원 사태가 터졌다. 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과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다나의원 100명, 한양정형외과의원 435명, 서울현재의원 508명으로 피해자만 천여 명에 육박하고, 앞으로 검사결과에 따라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 한류를 수출하는 의료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의료사고로 알려진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제3의 다나의원 사태,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의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3월 말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다는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와 함께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C형간염 검사결과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2006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내원환자 3만4327명 중에서 C형간염 검사결과가 있는 5713명 중에서 과거에 감염된 적이 있거나 현재 감염 중인 C형간염 항체양성자 508명을 확인하였다. 검사 연도별로는 C형간염 항체 양성률이 최소 2.8%에서 최고 17.7%까지 이르고, 이는 우리나라 평균 C형간염 항체양성률 0.6%에 비하면 5배에서 30배에 이르는 높은 수치이다.
특히, 2012년 해당 의원 내원자의 항체양성률이 17.7%, 2013년에는 13.2%로 타 연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와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2011년부터 2012년 기간 방문한 내원자 1만1306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및 혈액매개감염병(B형간염, HIV 감염, 매독)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조사기간과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지난 8월 23일 밝혔다.
◇현재까지 적발된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는 빙산의 일부에 불과
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과 서울시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은 제보로,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는 해당 환자들의 계속된 민원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시작되었고,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가 주사기 재사용과 PRP자가혈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이 입증되었다. 이와 같이 내부 제보나 집요한 민원 및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없었다면 C형간염 집단감염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 10개월 동안 3개의 의료기관에서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천여 명의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질병관리본부가 아직 적발되지 못한 피해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드러나 피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 7월 6일까지 접수된 일회용 주사기 사용 의심 의료기관이 60여 곳에 달하기 때문에 앞으로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의 신속한 치료와 피해구제를 지원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http://danahcv.tistory.com)를 운영하였다.
의료계에서는 다나의원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발생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은 몇 명 몰지각한 의사에 의해 발생한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라며 전체 의사나 의료기관 전반에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반응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잇따라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의사 면허제도의 권위가 또 한 번 추락하게 되었다. 국민들과 환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의료기관에서 주사를 맞을 때 주사기 재사용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의사에 대한 국민과 환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공익신고 포상금제도’ 도입과 자수 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감면해주는 특단의 조치 필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를 신속하게 발굴해서 치료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진행 중인 역학조사 상당수가 의료기관 내부 직원의 공익 제보에 의한 것임을 고려하면 ‘공익신고 포상금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 소규모 의료기관이 내부 직원이 공익 제보를 하면 대부분 신분이 노출되어 퇴사를 당하거나 타 의료기관에서 재취업을 거부 당하는 등 직업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퇴직을 고려한 고액의 ‘공익신고 포상금제도’를 도입해 내부 직원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공익적 결단을 주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신고 포상금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내부 직원 상당수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하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에 관여된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를 발생시킨 의료인이 자발적 신고나 자수를 하면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피해자의 신속한 진단 및 치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C형간염 집단감염 여부 상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해야
둘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C형간염 집단감염 여부를 상설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 사실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관할 동작구 보건소에서 해당 의원을 방문하여 3가지 환경검체(사용한 주사제, 바늘, 수액제제)를 수거해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했지만 3가지 환경검체 모두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새롭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뻔한 사건이 지난 10개월 동안 다나의원과 한양정형외과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겪으면서 의문을 품은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 이용 환자의 제보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굴해 낸 사건’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국회는 정부가 집단감염 피해자 치료비를 선지원하고 가해자에게 후구상하는 제도 도입해야
셋째,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의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비를 선지원하고 가해자에게 후구상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원장이 자살함으로써 피해자들이 법원이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한국소비자원을 통한 피해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의료비는 선지원하기로 발표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현재까지 의료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진=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피해자들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016년 5월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앞에서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 피해자들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피해자들과 동일하게 치료비를 선지원해 만성C형간염 치료부터 최우선적으로 받도록 해 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중인 C형간염 집단감염 의심 의료기관이 60여 곳을 넘기 때문에 조만간 ‘제4의 다나의원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제4의 다나의원 사태’ 발생을 피할 수 없다면 그때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의료계 모두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치료 및 피해보상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지금부터 꼼꼼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