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2016-02-01 10:15:55

글·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쿠키 건강칼럼] 서울시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 감염자들의 피해구제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1월 11일 3명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다음날 12일 10명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완치율 95% 이상으로 알려진 만성C형간염치료제 신약이 올해 1월 14일부터 12주 약값으로 약 4600만원에 시판되고 있다. 경제적 능력이 되거나 실손보험이 있는 피해자들은 곧바로 치료에 들어갈 것이다. 문제는 12주 약값으로 약 4600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 피해자들은 건강보험 적용 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자 95명 중에서 48명은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문 유전자 ‘1a형’이다. C형간염은 시간이 경과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돼 사망할 수 있다. 기존의 건강보험 적용되는 C형간염치료제의 완치율은 60~70%이지만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 피해자들은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아 C형간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해자들이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으로는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조정이 있다.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혈류감염으로 환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된 사실이 정부의 역학조사로 밝혀졌고, 다나의원 원장도 이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까지 했다.

따라서 의료과실이 명백하고 조정신청을 거부할 염려도 없기 때문에 고액의 소송비용과 장기간의 소송이 예상되는 민사소송보다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조정비용이 10만 원 대로 저렴하고, 별도의 변호사비용이 필요하지 않으며, 3~4달의 단기간 내에 의사 2명, 현직검사, 의료전문변호사, 소비자권익위원 총 5명으로 구성된 ‘감정부’에서 전문적인 감정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 산정도 어렵지 않다. 만성C형간염치료제 신약의 약값은 12주 약 4600만원이기 때문에 조정조서 작성일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안되면 4600만원 그대로 하고,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면 환자 본인부담금 만큼 감액하면 된다. 위자료 산정 시 참고할 유사한 사례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 6월부터 시행중인 ‘특정 수혈부작용 간염에 대한 보상지침’에 따르면 환자가 수혈로 C형간염에 감염되면 단순보균자에게는 위자료 명목으로 2000만원, 증상 발생자에게는 4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수혈감염과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혈류감염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손해배상액 중 위자료 산정 시 ‘특정 수혈부작용 간염에 대한 보상지침’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C형간염 수혈보상금 위자료 산정기준과 올해 1월에 시판된 신약인 만성C형간염치료제의 비급여 약값을 고려하면, 다나의원 피해자 95명에게 지불해야할 손해배상금은 대충 어림잡아도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나의원 원장은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파산신청을 할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승소하거나 조정이 이루어져도 손해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이런 경우를 대비해 2012년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결정 또는 중재결정, 한국소비자원의 조정결정, 법원의 민사판결로 손해배상금이 확정되었음에도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청구하면 먼저 지급하고 차후 손해배상청구 의무자에게 대불금을 구상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액이 법원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확정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대불을 신청하면 된다. 현재 적립된 대불금 규모는 약 32억원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피해자들에게 대불금을 지급한 후 부족분이 생기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전국의 의원, 병원, 약국, 한의원 등에서 추가로 징수한다. 대한의사협회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어서 대불금이 소진된 후 추가 징수 시 한바탕 진통이 예상된다.

다나의원 원장은 현재 의료법 위반죄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유죄판결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피해자 중 누군가가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원장을 형사고소하면 가중처벌까지 받게 된다. 그런데 의료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이라도 조정이 성립해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형사처벌 특례제도가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해서 실제 조정이 성립되면 다나의원 원장은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받지 않는 특례 혜택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료법 위반죄도 가중처벌이 되지 않는다. 의료사고 가해자가 의료분쟁조정절차에 참여하는 중요한 동기도 이러한 ‘형사처벌 특례제도’ 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다나의원 피해자들의 의료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장점, 예를 들면 저렴한 인지대, 단기간의 소송기간,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5인 감정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형사처벌 특례조항 등을 시청각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이미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와 있고, 다나의원 원장이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 다투지 않고 인정하였기 때문에 감정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아 하루라도 빨리 C형간염 치료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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