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하얀거탑’ ‘골든타임’ ‘굿닥터’ 등 의학드라마는 보편적으로 시청률이 좋다. 재미와 긴장감 여기에 감동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에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진 의사가 환자의 마지막도 함께하는 가슴 찡한 장면이 늘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진=의학드라마에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진 의사가 환자의 마지막도 함께하는 가슴 찡한 장면이 늘 등장한다.(출처: KBS 홈페이지)
환자가족들이 병원에서 겪는 당혹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환자가 더 이상 회복 가능성이 없게 되면 담당 주치의교수가 그때부터 그 환자를 회진하지 않는 것이다.
암, 백혈병, 심장병 등 중증질환 진단을 받으면 온 가족은 동원할 수 있는 인맥은 모두 동원해 의사를 소개 받아 대학병원에 간다. 처음 만난 주치의교수는 ‘나만 믿으면 완치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환자가족들은 이렇게 확신에 찬 믿음을 주는 의사를 좋아한다.
그러나 치료가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다. 최선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여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환자가족들은 담당 주치의교수를 거의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족들은 “저희 주치의교수님 왜 안오시냐? 저희 주치의교수님 만나게 해달라.”고 간호사에게 애원해 보지만 쉽지 않다. 이때부터는 담당 레지던트 수련의만 만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환자는 사망하고 환자가족들은 분노 가운데 장례를 치른다.
왜 담당 주치의교수는 자기 환자의 죽음을 함께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했다. 환자가 치료 중 회복가능성이 없게 되었을 때 주치의교수가 환자를 위해 특별히 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이 격해진 환자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불필요한 폭행이나 협박을 당할 수도 있고, 말을 잘못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자가족들은 바보가 아니다. 환자가 암, 백혈병, 심장병 등을 진단받으면 인터넷이나 의학서적을 통해 그 질병에 대해 공부를 한다. 의사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질병의 치료방법이나 치료성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것이 보통이다.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사실은 환자가족들도 잘 알고 있다.
환자가족들이 장례를 모두 마치고 난 뒤 감사인사를 하러 환자단체 사무실로 종종 오신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처음에는 ‘자기가 100% 고쳐줄 것처럼 장담하더니 막상 환자가 죽을 때가 되면 주치의교수 얼굴도 보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환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된다. 자기를 치료하는 주치의교수가 어느 날부터 오지 않으면 환자는 불안하기 시작한다. ‘주치의교수님, 왜 안와?’라고 물으면 환자가족들은 ‘교수님, 해외 학회에 출장 가셨어’라고 거짓말 하지만 그러한 거짓말은 금방 들통날수 밖에 없다. ‘나 곧 죽지!’라고 얘기하는 자녀들과 가족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환자의 처음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의사를 원한다. 그 마지막이 완치되어 퇴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에 실패하여 죽는 것까지 말이다. 환자가 원하는 진정한 의사는 병만 잘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마지막도 함께하는 의사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호스피스·완화의료·연명의료결정법이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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