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샤우팅]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진료빙자 성추행과 오해’로부터 보호하는 방법2016-01-04 04:12:55

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쿠키 건강칼럼] 대한의사협회는 2001년 11월 15일 ‘의사윤리지침’을 제정·공포했다. 78개 조항으로 구성된 ‘의사윤리지침’에는 의사는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환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의사는 내진을 하는 경우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3자의 입회 아래 시행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징계규정에 따라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제15조 3항 및 4항, 제3조)

따라서 의사가 진료를 빙자해 환자를 성추행했다면 당연히 ‘의사윤리지침’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가 2006년 ‘의사윤리지침’을 개정하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진료빙자 성추행 금지 조항’과 ‘내진 시 제3자 입회 조항’이 삭제되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윤리지침’ 자체가 없다.

2013년 8월경 한 한의사가 한 달 반 동안 7차례에 걸쳐 허리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은 여중생의 바지를 벗기고 속옷에 손을 넣어 아픈 부위의 혈을 누르는 ‘수기치료’를 했다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에 더 큰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총 17차례 중에서 가족과 함께 한의원에 간 10차례는 핫팩, 침, 전기치료 등과 같은 ‘일반치료’를 했지만, 여중생 혼자만 한의원에 간 7차례는 진료실에 간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커튼을 치고 ‘수기치료’를 했기 때문이다. 여중생은 같은 한의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본 다른 여고생과 함께 형사고소를 했다.

그러나 2015년 2월 5일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고인이 수기치료 명목으로 추행을 한 것에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시술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성기 부위 등을 만진 것이 추행 목적에 기한 고의적 행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했다. 피해 여중생은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후 “법관조차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데 절망했다.”며 자해를 했고,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까지 받았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진료빙자 성추행 빙자 대안으로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자율적인 제도인 ‘샤프롱(chaperone)제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General Medical Council(GMC)에서 주도한 샤프롱제도가 대표적이다. 샤프롱은 진료실 등에서 여성, 미성년자, 정신지체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 등이 함께 있게 함으로써 환자를 안심시키고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 등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도 의사회에서 샤프롱제도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윤리지침’에 들어가 있던 ‘진료빙자 성추행 금지 조항’과 ‘내진 시 제3자 입회 조항’이 2006년 삭제된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의사협회나 지역 의사회가 ‘샤프롱제도’ 도입에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의 여중생 수기치료 명목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진료빙자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 일명,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이다.

의료진이 성추행 우려가 있는 신체 부위를 진료할 때 환자에게 미리 진료할 신체 부위, 진료 이유, 원하지 않을 경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해 사전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응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료 시 의료인 이외 간호사, 보호자 등 제3자가 의무적으로 동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샤프롱제도 도입, 윤리지침 재·제정,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 제정 등의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 및 한의계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본적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를 서로 믿지 못하는 관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는 의료인을 잠재적 성추행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한 진료를 환자가 성추행으로 오해하는 것을 예방하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신속하게 ‘윤리지침’에 ‘진료빙자 성추행 금지 조항’과 ‘내진 시 제3자 입회 조항’을 포함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자율징계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우선 ‘한의사윤리지침’부터 제정해야 한다.

또한 지역 의사회 중심으로 ‘샤프롱제도’를 도입해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일 의료계와 한의계가 자발적으로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를 위한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최후 수단으로 국회가 나서서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쿠키영상] "귀엽고 사랑스러워"…아기와 강아지의 즐거운 목욕 시간

[쿠키영상] '미친 한국인 소녀'…해외에서 인기인 섹시 BJ 쇼리

[쿠키영상] '아찔한 비키니 뽐내며' 슈퍼모델의 수영복 섹시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