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쿠키 건강칼럼] 우리나라는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중국 한나라 말기의 전설적 명의(名醫) ‘화타’와 같은 의료기술이 있어도 의사와 한의사가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시키고, 위반 시 형벌로 처벌하는 의사·한의사 의료독점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방송에서 천연항암제,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등을 개발해 말기 암환자를 완치시켰다고 광고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경찰에 체포되어 쇠고랑 차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우리나라 의사·한의사에게 의료행위에 있어서 이러한 특권을 주는 대신 그에 비례해 책임도 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엄하게 처벌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기준을 좀 넘어서 치료해도,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좀 부족해도, 의료인의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한의사가 환자 살리려고 그렇게 했다고 주장하면 정부도, 법원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06년 여의도성모병원의 재발 백혈병 치료 항암제 ‘마일로타그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초과 임의비급여 이슈 때도, 2012년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심장병 관련 ‘카바수술’ 안전성 이슈 때도 정부, 법원 모두 비의료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소극적 행태를 보였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도, 송명 교수의 카바수술도 결국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뒤 환자단체에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언론·방송의 집중보도로 사회적 여론이 나빠지자 그때서야 정부가 마지못해 나서는 모양새였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관련 전문학회가, 대다수의 의료전문가가 틀렸다고 해도 한명의 의사·한의사가 옳다고 우기면 그것이 위법행위가 아닌 이상 전문학회도, 대다수의 의료전문가도, 심지어 정부조차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의사·한의사 의료독점 국가인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이다.
의사·한의사의 의료행위에 특권을 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들이 무면허 의료행위자와 달리 과학적·임상적 근거에 기초해 환자를 치료하고 그 치료결과를 과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공개하는 의료전문가로서의 직업적 양심을 갖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과 환자들의 기본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한의사가 이야기하면 국민과 환자들은 대부분 의심 없이 믿는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나 치료기술이 마치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언론·방송을 통해 과장 홍보되거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또는 효과나 부작용 입증에 자신이 없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임상시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말기환자 대상으로 실험적 치료를 하는 극소수의 의사·한의사도 분명 존재한다.
의료전문가인 의사·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의료현장에서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없는 과장된 주장이나 홍보로 다수의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의료계·한의계 내부에서 자율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정부가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최원철 부총장이 개발한 한의학적 암치료연구 프로젝트명인 ‘넥시아’의 효능 논란이 2006년 이후 10년간 계속되었지만 의료전문가단체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아직도 과학적·임상적 검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매년 수만 명의 말기 암환자들이 천금 같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한 달에 300~400만 원인 고가의 ’넥시아‘를 복용해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효과가 없었으며 검증 되지 않은 항암제 때문에 고액의 의료비만 낭비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설명=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은 2011년 출간한 “최원철 박사의 고치는 암” 표지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 학술지인 ‘Annals of Oncology’에서 ‘넥시아’의 말기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Annals of Oncology’ 2010년 6월호에 게재된 ‘넥시아’ 치료를 받은 말기 전이성 신장암 환자 2명의 증례보고는 Original articles, Review 등과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논문이 아니라 3페이지 분량의 letters to the editor(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논문이다. 또한 논문 저자들도 ‘넥시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생물학적 연구와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서 ‘넥시아’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논문에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Annals of Oncology’에서 ‘넥시아’의 말기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라는 최원철 부총장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넥시아’의 효능과 관련한 객관적·임상적 검증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우선 ‘넥시아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는 최원철 부총장으로부터 현재까지 ‘넥시아’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자료들을 받아 후향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현재까지 진행된 ‘넥시아’의 양방 버전인 ‘아징스75(AZINX75)’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해야 한다. 만일 지금까지의 임상시험으로 ‘넥시아’ 효능 입증이 부족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유되는 ‘넥시아’ 효능 논쟁을 반드시 종식시켜 더 이상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만일 보건복지부가 ‘넥시아’ 효능 검증을 더 지체한다면 앞으로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 소개] 안기종 대표는 1970년생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8년간의 고시 생활을 끝내고, 2005년부터 환자운동을 시작하였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이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등 환자를 대변하는 다양한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안 대표의 별명은 ‘아젠다 세일즈맨’이다. 그가 의료현장을 찾아다니며 발굴한 아젠다를 잘 포장해 언론·방송사 기자, 정부 공무원, 국회 보좌관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포장한 아젠다를 기자에게 주면 ‘기사’가 되고, 공무원에게 주면 ‘정책’이 되고, 보좌관에게 주면 ‘법률’이 된다. 그는 오늘도 새로운 아젠다를 찾기 위해 의료현장을 누비고 있다.
해외 인스타그램 '반짝이 수염' 열풍...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이색 트렌드!
[쿠키영상] '꾸벅꾸벅' 졸음운전으로 어이없는 사고 낸 버스기사
[쿠키영상] 고릴라 우리에 떨어져 기절한 아이...고릴라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