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질환 주치의 진료실 엿보기⑾] 축농증 수술, 네비게이션으로 안전하게2015-04-21 09:33:55

글·김영효 인하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안녕하세요? 코질환 주치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4월은 학회의 달인지라, 국내와 해외를 누비며 연구결과를 발표하다 보니 예기치 않게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지난회 코질환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네비게이션' 장비를 이용한 내시경 부비동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아버님. 만성 축농증과 물혹을 과연 완치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잠시 외래 진료실을 떠나, 주치의와 함께 병동, 그리고 수술실로 떠나 보겠습니다. 오늘도 시작합니다!


드디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신 아버님. 전날 저녁에 입원하여 수술 설명을 듣고 동의서 작성, 코털 제거(수술 중 코털이 너무 많으면 시야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등의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밤 12시부터 금식인지라 약간 시장하신 아버님, 드디어 수술실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술실 사무실'이라는 관문을 거치게 됩니다. 여기서 환자분의 성함과 수술 부위가 예정된 수술과 일치하는지, 수술을 위한 준비는 잘 되었는지를 한번 더 확인하는 것이지요.

약간 서늘한 느낌의 수술실 안으로 들어오신 아버님, 수술실 안에 있던 전공의와 마취과 의사, 간호사들이 농담을 하며 아버님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 드립니다. 수술실 안에는 작은 음량의 발라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아버님의 얼굴에 마스크를 가져다 댑니다.

마취과 의사: 숨을 크게 들이쉬세요~!

몇 번이나 숨을 들이쉬었을까? 아버님은 스르르 잠에 빠져듭니다. 이때부터 의사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마취과 의사는 기관내 삽관을 하여 전신마취 중 환자분이 기계호흡을 하실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전공의들은 부랴부랴 손소독을 하고 수술복 가운으로 갈아 입습니다. 코 부분을 제외한 전신을 덮을 수 있는 멸균된 수술포를 덮을 때쯤 되어서, 주치의가 수술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주치의: 오늘도 좋은 날씨네요~! 어제 제가 이런 농담을 들었는데…
간호사, 전공의: 하하하…

수술을 진행할 때에는 수술을 집도하는 주치의 이외에도, 수술을 보조하는 전공의, 마취과 의사, 그리고 스크럽 간호사(주치의에게 수술 기구 등을 준비해 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등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일 때 최적의 수술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드러운(때로는 다소 썰렁한) 농담으로 수술을 시작합니다.

주치의: Injection(주입용 마취제)!

물혹을 포함한 코의 여기저기에 국소마취제를 투여하고 본격적으로 수술이 시작됩니다. 주치의는 내시경으로 양쪽 코를 번갈아 관찰하며, 물혹을 제거하고 병변이 있는 부위를 차근차근 제거합니다. 수술 중반쯤 되었을까요?

주치의: Probe(탐침용 소식자)!

이전 회에 '네비게이션' 수술에 대해 잠시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 회를 못 보신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히 다시 설명드리자면, 수술 전 촬영한 CT를 네비게이션 장비 내에 저장하고, 수술 중에 Probe를 코 안에 넣으면, Probe 끝부분이 CT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보여 주는 장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장비를 이용해서, 주치의는 시신경이나 눈을 움직이는 근육, 뇌 기저부 등의 위험한 구조물들을 피해 가면서 안전하게 수술을 마무리합니다.

수술이 거의 끝나갈 무렵입니다.

주치의: Packing(패킹 거즈)!

예전에는 코 안에 넣으면 팽창하여 지혈을 돕는 녹지 않는 재질의 스펀지 모양 솜을 많이 이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 모두 제거해야 하였기 때문에 제거시 통증이 심하고 출혈도 많았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코 안에서 서서히 녹는 재질의 솜을 사용하므로 예전에 비해 수술 후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아버님은 한 시간 만에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셨습니다.

환자: 수술은… 잘 끝난 건가요?
주치의: 네, 환자분. 수술은 아주 잘 되었어요. 이따 뵐께요~

환자분은 전신마취에서 안전한 회복을 위해 회복실에서 한 시간 정도 대기하였다가, 다시 병실로 올라가셨습니다.

지금까지 만성 축농증을 치료하기 위한 부비동 내시경수술과 네비게이션 기법에 대해 보셨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렇게 수술을 받으신 환자분이 외래에서 어떤 치료를 받으시면서 재발을 막을 수있는지, 진료실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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