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질환 주치의 진료실 엿보기(9)] 약을 계속 먹어도 ‘축농증’이 낫지 않아요!2015-03-09 08:57:56

글·김영효 인하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안녕하세요? 오늘도 코질환 주치의 힘차게 인사드립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맞아 외래에 북적북적하였던 아이들이 3월 개학과 함께 학교로 돌아가면서 3월 초의 이비인후과 외래는 다소 한가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3월에도 여전히 학교를 조퇴해 가며 외래를 찾는 학생들이 있는데요, 과연 어떤 불편함으로 코질환 주치의를 찾은 것일까요? 오늘도 진료실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의 어머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주치의: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보호자: 코감기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동네 병원에서 약을 먹여도 낫지 않아요...
주치의: 한 달 동안 약을 꾸준히 먹이셨나요?
보호자: 아니요, 2~3일 정도 약을 먹이다가 좋아진 것 같아서 약을 끊으면 다시 콧물이 나고... 항생제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요, 설사도 약간 하고.
주치의: 흐음....알겠습니다. 우선 보도록 하죠.

(축농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 ‘슈퍼 박테리아’나 ‘항생제 내성’과 같은 기사를 많이 접하신 부모님들은 혹시나 우리 아이가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항생제 사용을 꺼려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의사의 진료를 받고 항생제를 투여하기로 결정하셨다면, 병원균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을 투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불충분한 양 혹은 기간 동안의 항생제만을 투여하게 되면, 오히려 내성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아이의 코 안은 누런 빛을 띠는 소위 ‘화농성’ 콧물로 가득합니다. 아이는 머리가 약간 아프다고 하며, 손가락으로 전두동 부위(이마)와 상악동 부위(양쪽 뺨 부위)를 가볍게 촉진하였을 때 아프다고 하며 압통을 호소합니다. 전형적인 급성 부비동염(축농증)입니다. X-ray 촬영상에서도 급성 부비동염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됐습니다.

주치의: 급성 축농증이 맞는 것 같네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호자: 네 알겠습니다. 혹시 개인의원에서 먹던 약을 가지고 왔는데, 도움이 될까요?
주치의: 물론 도움이 되지요. 잘 하셨습니다 (웃음).

(축농증 진료 Tip! 축농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개인의원 등에서 1차적으로 사용한 항생제의 종류를 알 수 있다면 그 약과 다른 기전을 가진 2차 약제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약만 들고 오시는 것보다는 약의 이름이 쓰여 있는 처방전이나 약봉투를 가져오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진료의뢰서에 ‘어떤 항생제를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투여했으나 효과가 없다’고 자세히 적어 주시는 친절한 원장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진료의뢰서에 이런 내용을 적어 달라고 부탁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주치의: 제가 드리는 약을 꾸준히 드셔야 합니다.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임의로 끊지 말고, 계속 먹이고 오셔요. (이유는 왜 그런지 설명 드렸지요?)
보호자: 네, 알겠습니다.

2주 후에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보호자.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이십니다. 코 안을 들여다보니 깨끗해져 있고, X-ray 역시 축농증 없이 깨끗한 소견입니다.

보호자: 그런데 저희 아이 아버지가 늘 코가 막혀 있어요. 코감기도 달고 살고, 개인병원에서 ‘물혹’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치의: 일단 한번 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 외래로 찾아 주세요.

깨끗하게 급성 축농증이 나은 아이와, ‘물혹’이 있다는 아이의 아버지. 2주 후 진료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요? 성인의 만성 축농증에 대한 다음 이야기, 역시 2주 후에 다시 풀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