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공식 석상에서 거취에 대해 발언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처를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것이다.
부산시약사회장 출신인 류 처장은 최근 부산시약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함부로 거취를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부산에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곧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 뜻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이 길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길이 약사와 국민, 부산을 위한 길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류 처장의 이번 발언은 처장직에서 곧 내려올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처장직에서 내려온다는 것이 정부 개각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내년 총선(전체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선거) 출마 때문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이 같은 발언에 앞서 정치권 일각에서 ‘부산 지역으로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며 류 처장의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류 처장의 총선 출마 쪽으로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류 처장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번을 받은 바 있으며, 19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특보단장을 맡아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는 등 정치권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발언의 논란은 “류 처장이 부산시약사회 회원들과 개국약사를 대표해 처장이 됐다는 긍지로 일해 왔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한 부처의 수장이 일부 직능을 대표해서 됐다고 발언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등 제조·유통환경 등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로 의약품 전문가로 류 처장이 선임된 것이지 약사 대표로 선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이 사실화(21대 총선 출마) 될 경우 향후 청와대 개각 인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살리려고 진행한 인선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국회로 입성하는 디딤돌이 됐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영진 처장의 임명 초기부터 발언에 대해 많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017년 살충제계란 사태의 경우 언론브리핑에서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고, 국회에서는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해 이후 총리로 부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거면 언론 브리핑을 하지 말라"는 질책을 받기도 한 것이다.
또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제대로 답변하라" "밤샘 공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일각에서 ‘따로 말하는 법에 대해 배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로 공식 발언은 많이 좋아지는 듯 했으나 이번 사태를 보니 여전히 처장으로서 자각이 부족한 듯하다. 정부부처의 수장이 (아무리 활동했던 지역이지만) 지역행사에 참석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데, 이 자리에서 “부산으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발언한 것은 향후 문제 소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부로 거취를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이라는 류 처장의 말처럼 식약처장으로 있는 동안은 좀 더 언행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