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디시티로 자리매김할 것”2012-05-01 11:34:00

[쿠키 건강] 대구광역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메디시티’를 표방하고 있는 의료중심도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350년 전통의 한약재 유통시장인 약령시를 보유하고 있는 대구시는 지난 2009년 ‘메디시티 대구’를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선포한 이후 무려 30년에 걸친 장기프로젝트인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통합의료센터를 구축하고 IT융·복합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바이오의료분야를 확대하고 해외환자 유치에 힘쓰는 등 대구시는 그야말로 글로벌 메디시티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갖춰나가는 중이다.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등 착실히 도약 중

김범일 시장을 만나 메디시티로의 추진동기,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해외환자 유치 등 앞으로 대구시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들었다. 김 시장은 1972년 행정고시 합격 후 산림청장을 거쳐 시장으로 재직 중인 지금까지 오직 행정가로서 외길을 걸어왔다.

“의료산업은 노령인구 증가, 인간수명 연장, 삶의 질 향상·건강권·의료욕구에 대한 갈망 등으로 인해 끝없는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의 새로운 동력산업입니다. 대구시는 풍부한 의료기관을 가진 전통의 의료도시입니다. 우선 한방 분야에서는 1658년에 개장해 3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약령시와 대구한의대의료원이 있고 서양의료기관으로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계명대 동산의료원(제중원), 국립대병원 중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가진 경북대병원(동인의원) 등 4개 대학병원과 12개 종합병원이 있는데다 3000개가 넘는 병의원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북대 치과대학병원, 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가대 등 4개 약학대학, 1경북대 수의과대학과 10개 간호대학이 있습니다. 지방에선 가장 의료 인프라가 좋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김 시장에게 메디시티로서 대구시가 갖고 있는 강점을 묻자 자신감에 가득 찬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대구시의 의료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대구시로 원정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 현황을 보면 대구시는 서울시에 이어 환자유입수가 두 번째로 많았고 지역별 관내환자비율 역시 부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대구시에 거주하는 입원환자 중 서울로 간 환자의 비율은 3.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가 ‘메디시티’로 자리매김했는데 많은 선택을 두고 처음 이러한 구상을 하게 된 동기는?

“어느 지역보다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대구지만 2004년 KTX가 개통된 이후 지역의료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됐습니다.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한데다 서울 대형병원과의 무한경쟁으로 지역병원의 경영수지가 악화됐죠. 그래서 대구·경북 보건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했고 그 결과 단계별로 착실히 발판을 다지게 된 겁니다.”

- 앞으로 명실상부한 메디시티가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도 많을 텐데.

“대구시민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찾아가는 이유는 의료기술보다는 친절과 이용편의 등 서비스 차이에서 비롯됐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즉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수준은 높으면서도 홍보와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점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모발이식·성형 등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의료진과 풍부한 의료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나가 ‘스마일 메디시티’ ‘찾아오는 의료도시’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대구시가 메디시티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병원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각 병원은 근본적으로 상호경쟁체제일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사실 병원 간의 협력을 끌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지역 의료계와 메디시티사업에 대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역 보건의료기관·단체장 정례회의, 병원 분야별 담당자 정례회의 등을 통해 성공적인 협력 네트워크 모델을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 대구시가 메디시티를 브랜드로 의료시장 선진화라는 방향을 잡은 후 진행해 온 일들과 그 중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그동안 의료서비스 개선사업,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 의료기기산업 육성, 의료관광 활성화사업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해 왔지만 ‘메디시티 대구’라는 브랜드 홍보를 통해 전국에 의료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확산한 것이 큰 소득입니다. 무엇보다 대구시의 30년 먹거리 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가장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 대구시가 물류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경기퇴조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일단 이 사업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닙니다. 사업기간만도 2009년에서 2038년까지 무려 30년에, 총사업비는 4.6조원에 달합니다. 이 사업이 제대로 정착될 경우 38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82조원의 생산증가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까지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등 단지 내 지원시설을 건립하고 2017년까지 441명의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또 가상현실 메디컬 사이언스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2015년까지 정부 신설 연구소와 국책연구기관, 우수의료기업 유치에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 해외환자 유치(의료관광 활성화)도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내용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이를 위한 노력은? 일부에서는 병원 간 알력으로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도 있는데.

“아직 대구의 의약품·의료기기산업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의료수준 만큼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지난해 약 5500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해 서울·경기에 이어 지방에서는 최다진료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는 7000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외국인환자를 진료한 병원이 80~90여개에 그치고 있어 그런 말(병원 간 알력)이 나오는지도 모르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앞으로 메디시티 대구 브랜드가 세계에 알려지고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유치채널이 다양화되면 병원 수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대구시는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베트남등 수요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나갈 것입니다.”

-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메디시티 대구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이 병원-대학-의료인들의 공감대 형성과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인데 이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이후 메디시티 대구에 대한 추진 열기가 다소 저하된 점이 아쉬웠지요. 특히 열악한 지방재정 사정으로 다양한 사업 집행이나 규모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향후 사업 전개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 메디시티 대구의 실현은 의료산업·의료기기산업·제약산업 등 모든 의료 관련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대구 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것 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 창출이 가능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가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대구시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메디시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격무를 소화해내는 데는 건강도 큰 몫을 했을 텐데 개인적인 건강관리법이 있다면?

“부모님 덕분에 워낙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나 감사드릴 뿐입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골프를 하지 않으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한 달에 2번 정도 산행을 하고 아내와 함께 시간 나는 대로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일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건강의 비법이라면 비법일 겁니다.(웃음)”

인터뷰 내내 소탈한 모습과 명쾌한 답변으로 일관한 김 시장은 “비록 좀 무뚝뚝해 보일지는 몰라도 열정이 넘치는 대구시민의 저력을 믿는다”며 “반드시 메디시티사업을 성공시킴으로써 다시 한 번 국가 선진화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