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왜 병원에서만 하려하나2014-06-10 06:42:00

[인터뷰] 권용진 서울시북부병원장

“완화의료와 호스피스는 다르다. 정부가 호스피스 사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은 “정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위해 시범사업 등 열심히 했지만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 같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는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을 사람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데 돈과 암, 고통을 연계시켜 서비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책정했다. 왜 죽음이 암질환 만의 문제인가”라며 “암환자의 임종이 다른 질환과 달리 힘들게 임종을 이르기 때문에 죽음을 편안히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완화의료와 호스피스의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호스피스와 완화의료가 다르다고 강조했는데 그는 “호스피스는 의료서비스가 아닌 사회복지서비스이다. 고통속에 임종하는 암환자 때문에 호스피스가 생겨나 완화의료와 호스피스에 혼란이 생긴 것인데 완화의료는 수가가 책정되지만 호스피스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수가책정이 어려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지만 호스피스는 노환으로 사망하는 사람과 암환자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수가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완화의료 수가 일부에 호스피스 관련 서비스 수가를 포함시켜 수가를 만드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호스피스가 의료서비스인가라는 반문에 부딪친다”라며 “병원의 완화의료서비스도 필요하고 호스피스도 필요한데 행위로 엮어 줄 수 있는 것이 약과 진료밖에 없어 요양병원처럼 일당정액제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루에 많은 환자들이 죽고, 다시 입원하기 때문에 의료진에 너무 큰 로딩이 있다. 간호사들의 입장에서는 환자를 계속 봐야하는데 환자들의 상태는 각각이다 보니 계속 새로운 환자를 보기 때문에 적응할 수 없어 업무강도가 너무 쎄다”라며 “호스피스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의료진의 심리상담도 해야 하는데 죽는 사람들을 많이 접해서 아직 정서적으로 수용이 안돼 정신과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라며 현장에서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특히 현재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서도 “완화의료에서 호스피스는 쉽지 않다. 현재의 제도는 죽기 6개월전에 시작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임종시기를 아나. 통계일 뿐인데 북부병원의 경우 2012년 병원에 환자가 와서 죽기까지 21일 정도 된다. 죽기 직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오는 것”이라며 “항암치료를 죽기 직전까지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제도가 돼 있기 때문에 병원에 오면 한달 안에 임종을 맞는 것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권 병원장은 “병원은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될 수 없다. 병원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목적으로 오지 않기 때문인데 아파서 오는 것이고, 끝까지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꼭 병원이 아니어도 되고, 다른 형태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가 준비하는 호스피스는 없는 것 같다. 물론 큰 원칙은 지역중심이라는 것인데 우선은 암환자 중심으로 하고 있을 뿐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이나 다른 질환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즉 암환자에 대한 정책 준비는 맞지만 모든 국민을 위한 호스피스는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며 “나는 사전의향서쓰기를 강의하고 있는데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는 ‘죽음에 대한 문화운동’을 이제는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