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위해 ‘한의약법’ 제정 시급”2013-07-16 17:14:01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 [쿠키 건강] 지난 3월 한의계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된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 강원도 한의사회 회장과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의사의 권익향상을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고 회장으로 취임한 뒤 ‘한의약법’ 제정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한의사의 권익향상 및 한방치료로 국민 건강 향상에 나서고 있는 김 회장으로부터 합의계의 쟁점사항과 향후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첫 만남부터 한의사의 인력문제 등 법제도적으로 한의사가 정부정책에 소외돼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한의사의 권익과 국민 건강향상을 위해 ‘한의약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한의약법은 한의계의 숙원사업으로 한의약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지는 법이고 공청회와 상임위 논의가 남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약이 의료법 체계 내에서 보호·육성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위축돼 국제적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의료법에서 독립한 한의약법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한의계는 이 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선은 여론화가 필요하고 작게는 100만 서명운동부터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국회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어려운 한의계의 상황은 법·제도적인 지원이 없기 때문이며 그 중심축은 한의약법 제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의사협회는 14일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한의약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인력수급문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는데 한의사 자격을 국가가 주고 있으면 인력수급 계획 등도 있어야하는데 2003년 한의사 인력수급전망 조사에서 과잉공급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과잉배출의 현황은 어떤지,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전국 11개 대학과 1개 한의전에 750명이 입학하는데 정원외 입학 등으로 졸업은 873명이 하는 등 인력관리가 안돼고, 교육과정도 부실한 대학이 있어 서남대 처럼 파장이 우려돼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부실한의사가 배출되면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되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서 한의계가 어렵다 하고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복지부는 인력수급 심각성에 대해 못 느끼는 듯하다.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대화와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취임 후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지만 지금까지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꼭 시끄러워져야만 대화가 가능한 것인가”라며 정부에 불편한 심기도 감추지 않았다.

노인·만성질환 한의약 효용 커…과학적 근거 확보, 법·제도가 막아

김 회장은 한의약을 통해 국가의 보건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성질환관리제와 관련해 “양방에서 노인성질환과 만성질환은 고비용, 저효율질환이지만 한방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일본 역시 고령화로 가면서 한방전문의를 2만 명까지 늘렸는데 이는 한약으로 관리하는 것이 저비용·고효율이기 때문이며 관련 데이터도 객관적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약제제가 다양화도 주장했는데 정해진 이후 단 한번도 제형의 변화도 없고, 이로 인해 제약산업 발전에도 편승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약제제의 다변화와 의료보험 적용으로 국민들이 손쉽게 간편한 한약을 낮은 가격. 보험이 인정되는 가격으로 공급 등이 전제돼야 한의약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직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방의 과학적 효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환자가 다리를 다쳐서 왔을 때 뼈에 금이 갔는지, 근육문제인지 육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는 한의사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기기도 활용 못해 객관적 데이터를 내려 해도 할 수가 없고, 국제적 경쟁력도 갖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자성해야 한다. 한의계가 국민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시범사업에서 양·한방에 동등한 자격을 주고 질환에 비교 검토할 데이터조차 만들 계획도 없다”며 “무슨 자격으로, 왜 기회를 박탈하나. 국민을 위한 정책은 양방과 한방에 동등한 기회를 주고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국민에게 이로운지 데이터를 만들도록 한 다음 정책적 판단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암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진 천연물신약에 대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이대로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아 인정받을 수 없다. 식약처도 청에서 승격됐음에도 여전히 국민들이 발암물질이 검출된 약을 처방받도록 하고 있고 환자들에게 이런 상황도 정확히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국내에서 법제도적 문제로 인해 과학적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해외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 중에 관련국 보건의료 관계 장관 및 국회의원을 초청한 상태이며, 관련국에 국내 한의사면허도 인정을 요청해 논의 중에 있다.

의료계의 반대…이기주의

김필건 회장은 타 직역과의 갈등, 특히 의료계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양방이 미시경제라면 한방은 거시경제로 인체 전체를 보고 치료하는, 장기 하나가 아닌 복합적 장기를 보고 치료하는 학문으로 미시경제학자가 거시경제학의 필요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의약법 제정을 놓고 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특별회비까지 걷어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의료법을 손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의약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최근의 대한민국 의료계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 존재하고, 환자가 아닌 의사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환자의 진료를 하기보다 의사 밥그릇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불편함을 보였다.

이어 “뇌질환 양방서 속수무책지만 한의계에서는 치료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근거 없는 이유로 폄훼되고 있다. 암환자에게 수술전후로 한약을 먹으면 암이 악화된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본인도 암에걸리면 먹으면서 범죄행위에 가까운 양심 없는 소리 안했으면 좋겠다”며 “한방치료도 100% 치료는 장담할 수 없지만 치료단계에서 손쓰지 못하는 경우 한약 쓰면 죽는다고 하는데 양약 쓰면 죽지 않나. 의료인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고 잘 모르면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는데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의계, 변화를 주도해야…진료영역에 객관성 확보

김필건 회장은 내부적으로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의사들은 자신의 진료영역에 객관성 확보해야 한다. 더 이상 감각에 의존해 나았다고 해서는 안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치료가 됐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 양질의 의료서비스, 국민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한의계가 좋은 인적 인프라가 있음에도 위축되고, 고사되는 이유는 자체의 변화에 스스로가 주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주도하고 우리가 필요한 것을 국가에 강하게 요구했어야 하는데 전달이 안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의사들이 100년전 틀에 갇혀 있지 말고 현대인 컨셉에 맞게 진단이나 처방의 방식도 바꾸고, 약도 더 간편히 복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의계 발전을 위해 내부의 동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는데 “변해야할 때를 놓쳤다. 이대로는 고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갖고 변화해야 하는지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전체 한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그 다음 국민의 동의를 얻어 국가에 정당한 한의사의 권리와 국민을 위한 제도의 뒷받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국가에서 거부하거나, 양의계가 한의약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금처럼 방해한다면 우선은 전체 한의계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고, 그 다음은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며 이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