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닮은꼴 행사…‘K관광’ 선도할 혁신 동력 찾으려면 [관광공사는 지금③]

해마다 닮은꼴 행사…‘K관광’ 선도할 혁신 동력 찾으려면 [관광공사는 지금③]

올해 보조금 3680억으로 9.7%↓…여전히 단기 행사 중심
문체부-공사 역할 겹치고 자율성 부족…구조 손질 목소리

기사승인 2025-07-06 06:00:09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재방문으로 이어질 만한 매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관 협력이 중요해지고 공사의 전략적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관광공사는 여전히 매년 비슷한 축제와 박람회에 치중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까지 줄고 있어 변화와 혁신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올해 보조금 3680억으로 9.7%↓…여전히 단기 행사 중심

6일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올해 정부보조금은 36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7% 줄었다. 정부보조금은 관광진흥기반 확충, 국내관광 활성화, 관광산업 육성, 외래관광객 유치 사업 등으로 구분돼 배정된다.

그러나 상당 부분이 일회성 축제나 해외 박람회 등 전시성 사업에 소모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현장 수요와 맞지 않게 엉뚱한 곳에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새로운 관광 상품을 기획하고 육성할 자원은 부족한데,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행사 운영에만 치중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예시로 ‘한국 방문의 해’를 만들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국 달성하지 못하지 않았나”라며 “이런 식의 단기 목표에만 의존해서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쌓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에 전년보다 78억 원 늘어난 178억 원을 투입했고, 해외 주요 25개 도시에서 ‘K-관광 메가 로드쇼’를 여는 데에도 76억 원을 편성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30억 원 늘어난 규모였다.

한국관광공사의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2025년에는 ‘초광역 교통’, ‘디지털 관광주민증’, ‘지역 주도형 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 지역 연계와 체험형 공모사업의 비중이 일부 확대됐다. 그러나 VISIT KOREA 얼라이언스, 관광두레, 관광벤처사업, 문화관광축제 지원, MICE 육성 등은 이름만 일부 바뀌었을 뿐,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대규모 전시·박람회 참가와 국제행사 지원도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전체 사업 방향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사 내부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성과 지표가 실질적인 관광객 증가보다는 단기 집행 실적에 치우쳐 있고, 지자체와 역할이 겹치는 부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9월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곽경근 기자

문체부-공사 역할 겹치고 자율성 부족…구조 손질 목소리

문화체육관광부는 K-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정책과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광공사가 행사 중심 사업에 머물게 된 배경에는 문체부와의 비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큰 그림을 그리고 공공기관은 그 틀 안에서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문체부가 세부 사업에까지 지나치게 관여하면서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진흥기금 같은 예산도 일괄 배분이 아니라 부서 단위로 잘게 쪼개 관리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같은 일을 양쪽에서 반복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며 “예산 편성부터 행사 현장 운영까지 간섭이 많아 정작 현장 기획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사 내부의 구조적 한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란수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국내 관광업계 일부에서는 매년 비슷한 행사에 예산이 쓰인다고 불만을 가지지만, 공사도 벤처 육성, 디지털 전환, 지자체 협력 등 다양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다만 이런 지원이 전통 여행업계에는 잘 체감되기 어려워 불만이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내 여행사들은 내국인을 해외로 보내는 사업이 중심이라, 관광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아웃바운드 업계를 돕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기존 여행사 운영에 직접적으로 돈을 주는 인센티브나 상품 공모는 지자체 영역이라 공사가 직접 하긴 어렵다”며 “신규 관광 벤처나 디지털 전환 같은 분야는 민간이 단독으로 하기 어려워 공사가 맡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체계가 문체부와 너무 맞물려 있어 자체 사업으로 수익을 낼 구멍이 없다”며 “예전엔 (사업) 개발 기능이나 면세점 운영도 했는데 지금은 모두 못 하고 있어 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