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은둔’의 연결고리…소통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데스크 창]

‘청년 은둔’의 연결고리…소통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5-30 10:38:39 업데이트 2025-05-31 13:30:27
김성일 건강생활부장
은둔엔 이유가 있다.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함부로 평할 수 없다. 26세 취업준비생 A는 취업을 못한 좌절감이 크다. 대학에 입학한 B는 부모의 권유로 택한 전공을 쫓다가 학업에 흥미를 잃었다. 30세 C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은 가급적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방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길게는 수년간 이어진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고 한다. 초조함, 두려움이 정신을 휘감는다. 또래들은 사회생활을 즐기고, 취업을 한 뒤 결혼 계획을 그리는 ‘정상적’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A는 홀로 동떨어진 수렁에 갇힌 듯 하다고 전했다. 부모도, 친구도 불편한 존재다. ‘나약해서 그렇다’는 말을 감당하기 어렵다. 문 밖의 사회는 차갑다. 볼품 없고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세상이 무섭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립·은둔 청년의 규모를 54만명으로 추산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전국 만 19~34세 청년 1만5000가구를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5.2%가 ‘거의 집에만 있는다’고 답했다.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세상을 등진 청년들은 ‘취업 어려움’, ‘인간관계 어려움’, ‘학업 중단’ 등을 은둔 생활을 하게 된 이유로 꼽았다. 좁은 방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또 시도도 하지만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이 벅차다. 기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압박감은 은둔을 반복하게 했다. 어떻게 나가야 할지,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막막한 이들에겐 연속성을 기반에 둔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한 전문가는 청년의 은둔은 오랜 기간 내재된 병과 같다고 짚었다. 가정이나 학교의 통제 속에서 이미 청소년기에 시작됐을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은둔의 그림자는 중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리는 대개 틀에 박힌 교육 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활동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회성을 누리기 힘든 환경에서 사회성을 키우라는 요구를 충족시키며 자란다.

사회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청년의 활동 의지를 북돋는 계기를 꾸준히 지원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을 고민해야 한다. 단기 프로그램은 적응만 하다가 끝나버리기 쉽다. 충분히 적응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결국 장기적 소통이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 프로그램은 심리, 운동, 진로 등 여러 채널로 세분화해 선택해서 취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게 좋다. 

청년이 마음을 열고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해 접목하고, 자립의 동기를 만드는 자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고립·은둔 청년이 증가세를 그리는 상황에서 어둡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거둘 필요가 있다. 다시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 스스로 상처를 보듬고 게을리 보내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A는 자신과 비슷한 상태에 놓인 누군가에게 ‘잘못이 아니다. 괜찮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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