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이 폴란드와 약 9조원 규모의 K2전차 2차 수출 계약 협상을 체결하면서 대규모 방산 수출의 숨통이 다시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전날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Władysław Kosiniak-Kamysz)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현대로템이 K2전차 2차 계약 협상을 완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폴란드 측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K2전차 180대 분량,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폴란드는 급격히 높아진 안보 수위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국내 방산기업들과 포괄적 합의 성격의 총괄계약(Framework Contract)을 체결한 이후, 같은 해 무기체계 4종(K2전차, K9자주포, FA-50, 천무)에 대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하고 K9자주포(2023년)·천무(2024) 2차 이행계약도 순차적으로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앞서 1차 계약에선 국내에서 생산된 K2전차 완제품 180대를 수출(약 4조5000억원)했지만, 이번 2차 계약에선 폴란드 맞춤형 K2PL 전차 개발과 현지생산을 위한 거점을 구축함에 따라 계약 규모가 더욱 커졌다.
2차 계약 물량 180대 중 117대는 현대로템이 생산해 공급하고, K2PL전차 63대는 폴란드 기업 PGZ가 현지생산할 계획이다.
최성환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잔여 1차 계약 물량을 인도하고, 내년부터 2차 계약 국내 생산분 인도 이후 K2PL의 현지생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계약 규모를 고려하면 K2PL 대당 단가는 1차 계약 물량인 갭필러 사양보다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번 2차 계약이 △가격 경쟁력 강화 △현지생산 △K2PL 사양 개발 및 양산 등 측면에서 크게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폴란드 뿐 아니라 다수의 동유럽 국가들로 K2전차 수출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단가 경쟁력은 필수”라며 “통상 수주 계약에 단순 납품뿐만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비용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전 세계 운용 대수가 많아질수록 수출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지생산 측면에 있어서도, 폴란드는 자국 방위산업을 성장시키고 현지생산한 부품을 타 동유럽 국가들에게 판매하는 등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며 “폴란드 K2전차 도입 대수 증가는 타 동유럽 국가향 수출 가능성 증가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K2PL에는 능동방호장치(APS) 및 드론 재머 등 각종 사양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데 러-우 전쟁 이후 대전차무기, 드론의 효용성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K2PL 사양을 원하는 국가가 다수”라며 “K2PL 개발에 돌입하게 되면서 수출 경쟁력 또한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폴란드 2차 계약은 단순히 단일 기업의 수주가 성사됐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뿐 아니라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또다시 한 단계 올라설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변 연구원은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일 또는 구소련제 무기체계를 공유해왔던 유럽 국가들, 특히 폴란드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러시아의 위협이 실제적인 동유럽 국가들은 폴란드와 K2전차의 유지보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으며, 가격·납기·성능에서 우수한 K2전차를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방산 수출의 숨통 또한 다시 트였다는 분석이다. 변 연구원은 “이번 계약이 시장의 기대보다 많이 지연된 이유에는 계약 세부 내용의 협의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불안정했던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겪은 우리나라의 상황은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등 민·관·군이 밀접하게 연관돼 협력하는 대규모 수출계약이 원활히 진행되기에 적절치 않았지만, 이번 계약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정세가 안정됐다는 증명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