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사 영업 직원들이 전국 병원을 돌며 금품을 제공하고 처방을 유도한 불법 리베이트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D제약 영업 직원들은 전국 380여개 병원을 방문해 학술행사 지원을 빌미로 수억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건강보험노조는 2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 건강을 돌봐야 할 제약사가 금전적 이익을 쫓아 의료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건보 노조는 이번 사건을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근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불법 리베이트가 건보 재정을 잠식하고 환자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보 노조는 “리베이트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의약품을 처방하면 건보 재정이 불필요하게 낭비된다”며 “결국 그 부담은 건보료로 귀결돼 국민과 기업이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베이트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고가 약제를 양산하고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의료비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지난해 건보 급여 의약품 청구 금액은 26조989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4.5% 증가했다. 노조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 증가에 더해 리베이트 관행이 약가 거품을 부풀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보다 금전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면 불필요하거나 효능이 낮은 약이 처방된다”며 “부작용과 약물 중복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건보 노조는 “정부 입찰제, 개별 약가 협상, 참조 가격제 같은 가격 경쟁 유도 정책을 마련하고, 성분명 처방 확대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더불어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리베이트를 차단하는 현실적 해법으로 꼽힌다”며 “성분명 처방과 공급자 간 경쟁이 결합되면 왜곡된 약가와 리베이트 구조를 해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 노조는 “경찰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보건당국은 불법 리베이트 실태 전수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의약품 유통·처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