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급하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탓에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 속에도 빈틈이 보입니다. 큰 전환점을 맞고 있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자율 혁신으로 기약할 수 있습니다. 전 정부가 놓치고 있던,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 정책 방향들을 짚어봤습니다. |

제21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에너지 대전환 및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해결이 시급한 주요 현안들이 차기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태양광·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정책에서도 여야 대표 후보의 입장이 다소 상이해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에선 발전설비 증가에 따른 출력제어 현상 급증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론 송배전 확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력당국은 전력 수요량과 공급량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발전소에 출력제어를 요청할 수 있는데 특히 날씨가 온화해 상대적으로 전력수요가 급감하는 봄·가을에는 이러한 출력제어 현상이 더욱 잦다.
그간 출력제어 문제는 제주 지역에서 발생해 왔지만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증가하면서 육지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1.8GW(기가와트)에 불과했던 국내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이 지난해 27.1GW로 15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송배전망이 확충되지 못해 육지에서만 1분기 약 20회, 33GW 규모의 출력제어가 이뤄졌다.
업계에선 정부가 수년 전부터 약속해 온 계통 확보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올해 육지에서 60회 이상의 출력제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MW 규모 태양광발전소 기준 하루 발전시간을 3.5시간, 전력가격을 1kWh당 200원으로 계산할 경우 1년에 출력제어 60회가 발생하면 손실액은 하루 약 70만원, 연 42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선 발전원의 규모나 비중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발전설비가 아무리 늘어나도 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모두 버려지는 전기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전력이 누적 적자 30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정부가 송배전 문제 해결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후보 중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에너지고속도로’를 언급하며 에너지 정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 있다. 이 후보의 10대 공약 중 기후위기 대응 부문에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를 U자형으로 둘러싼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와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겠다” 등이 언급돼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원전 중심의 전력원 확보 정책을 언급하면서도, 에너지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제고하고 에너지 신기술 개발 및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에너지고속도로로 대변되는 송배전망 확충의 구체적인 계획은 미흡한 상태다. 업계에선 “현재도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송배전 확충 문제가, 에너지고속도로를 짓겠다고 발표해서 해결되겠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2003년 처음 착수한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프로젝트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가 지난해 말이 돼서야 가동을 시작해 국내 최장기 지연사업으로 기록됐으며,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하남시의 반대로 내년 6월까지 HVDC 변환소를 건설하려는 한국전력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송배전망 구축의 재원 조달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 후보가 언급한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를 완공하려면 서해 11조원, 남해와 동해 각각 4조5000억원 등 최소 2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용 추정치는 글로벌 전력 기자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의 누적 적자는 올해도 30조원을 웃돌고 있다.
환경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상임이사는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원만 이야기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송배전 문제의 구체적 해결 방안 등을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소 50년 이상의 장기 플랜을 수립하고,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 등 주민수용성을 높여야 하며, 에너지 소비구조, 재원 조달 방안 등 세부 계획을 마련해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송배전망 구축과 더불어 주민수용 문제는 풍력산업과도 밀접한 관계다. 특히 풍력업계에선 어민 생활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발전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주민수용 문제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
업계는 지난 2월 말 통과한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라 하위법령 마련을 추진 중이다. 해상풍력특별법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 주민수용성 확보 등 문제로 현행 7~10년가량 소요되는 해상풍력사업을 정부 주도 하에 3년 이내로 간소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환경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재청 등 수많은 유관기관이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주민수용 문제는 재생에너지 산업 전체의 이슈”라며 “주민 삶의 질과 터전을 보존하면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좀 더 깊게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