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 속에 유독 더위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부 온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지거나,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단순한 체질’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이상에 따른 체온조절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이 특검 관계자와의 접견 도중 속옷 차림으로 대응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체온조절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당 인물은 심장질환과 자율신경계 이상, 경동맥 협착 등 복합적 질환으로 정상 체온 유지를 어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사병부터 저체온증까지… “더위는 위험신호가 될 수 있다”
체온조절장애는 여름철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등의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나 뇌 신경계 질환에 따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산 온병원 김미경 과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땀 조절이나 혈압, 심장 박동, 체온 유지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군”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노년층, 우울증·스트레스도 영향… “사회심리 요인도 함께 봐야”
자율신경계 이상은 단지 신체질환만의 결과는 아니다. 부산 온병원 노년클리닉 은명 소장은 “스트레스, 우울감, 충동 조절 문제 등 심리적 요인도 체온조절장애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특히 청소년층에서는 외모에 대한 강박이나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거식증,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자율신경계 이상 환자 위한 ‘생활수칙’은?
전문가들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의심될 경우 원인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뇨, 파킨슨병, 자가면역질환, 내분비 장애 등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전문의의 상담과 약물 치료가 필수다.
의학적으로는 미도드린이나 플루드로코티손 등의 약물이 사용되며,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나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부산 온병원 통합내과 유홍 진료처장은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15~20분 간격으로 규칙적인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 필요하다”며 “특히 냉방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차가 5℃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자율신경계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생활 속 실천이 자율신경계 건강 지키는 첫걸음”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과도한 냉음료 섭취, 폭염 시간대 야외활동,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다 등 생활습관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근육 경련이 잦을 경우 스포츠 음료를 통해 전해질을 보충하고,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미경 과장은 “체온조절이 어렵다는 건 곧 신체가 스스로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작은 경고 신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 의료기관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여름철 건강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