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왕절개, OECD 1위…“법적 부담에 수술 권한다”

한국 제왕절개, OECD 1위…“법적 부담에 수술 권한다”

기사승인 2025-08-01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적 리스크가 자연분만 회피 경향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 2025’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의 제왕절개 건수는 출생아 1000명당 610.6건이다. OECD 평균(292.5건)보다 약 2.1배 높으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17년 4위, 2021년 2위에서 1위로 올랐다. 한국 다음으로는 튀르키예가 600.8건, 멕시코 493.1건, 폴란드 411.1건, 호주 378.1건 순이었다. 

제왕절개 분만 비율은 최근 5년 사이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체 분만 건수 23만5234건 중 제왕절개는 15만8646건으로, 전체의 67.4%에 달했다. 자연분만은 7만6588건에 그쳤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제왕절개 비율 51.1%에서 16.3%p나 늘어난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왕절개 분만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비율을 전체 산모의 10~15% 정도로 본다.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은 OECD 권고율 대비 4배 이상 높은 것이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보다 출혈량이 많고 수술 부위 감염 위험이 높다. 

산모의 고령화가 제왕절개 출산 증가의 주원인은 아니다. 25세 미만 산모의 제왕절개 분만율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새롬 서울대 보건대학원 BK연구교육단 교수, 오정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이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5세 미만 집단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은 2012년 26.7%에서 2016년 33.0%, 2020년 45.4%, 2022년 1월부터 4월 사이에는 51.6%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모든 연령대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명백하다”고 짚었다.

의료현장에서는 제왕절개 분만이 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의사들의 법적 부담 증가를 꼽는다. 출산 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방어진료’를 하는 경향성이 뚜렷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3년 분만 과정에서 신생아가 뇌성마비 장애를 입게 된 뒤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법원이 1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건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신봉식 대한분만협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왕절개 분만 건수가 많은 것은 의사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 과정에서 ‘왜 제때 수술하지 않았나’ 따져 물으니, 의사들 입장에선 조금만 위험해도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된다. 쉬운 분만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소송 부담이 산과 기피 요인으로 이어져, 산부인과 의사들의 씨도 마르고 있다. 신 회장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분만을 할 땐 병원에 의료 인력이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제왕절개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가 분만 사고에 대한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에 따라 7월부터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보상금을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고, 전액 국고로 지원하기로 했다. 보상 한도는 올렸지만, 실제 보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복지부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01건의 불가항력 분만사고 조정이 개시됐으나, 보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 회장은 “국가에서 지원해주니, 오히려 소송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라며 “분만 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무과실 분만사고 정부 책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