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몰리는 서학개미…“주가 변동성·고평가 리스크”

‘가상자산’에 몰리는 서학개미…“주가 변동성·고평가 리스크”

기사승인 2025-07-26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관련주를 대규모로 매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평가에 단기 급락 가능성을 우려한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24일~7월24일) 동안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결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상자산 관련주다.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서클 인터넷 그룹으로 4억4302만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서클은 글로벌 금융 기술 회사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앱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다. USDC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테더(USDT)에 이어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이다.

코인베이스는 2억5522만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해 서클에 이은 2위로 확인됐다. 코인베이스는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가상자산거래소다. 이외에도 미국 주식·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와 가상자산 트레저리(현금 자산을 가상자산으로 보유·관리) 사업을 영위하는 샤프링크 게이밍이 각각 1억607만달러, 8567만달러로 6위와 9위에 자리잡았다. 

이는 기존 매그니피센트7(M7) 위주의 빅테크 종목에 쏠렸던 투자 심리가 급변한 셈이다. M7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 빅테크 종목인 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구글)·엔비디아를 말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순매수결제 1위는 테슬라(23억3140만달러)였지만 불과 약 한 달 만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자금이 이동한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기대감이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체계를 규정하는 지니어스(GENIUS)법안에 서명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법적 지위를 갖추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지니어스 법은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엄청난 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실현할 명확하고 단순한 규제 틀을 만든다”면서 “어쩌면 이건 인터넷의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학개미 순매수 종목이 M7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로 이동했다”라며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이 테마를 넘어 트렌드로 부상한다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관련주의 변동성 심화에 따른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성장 기대감으로 서클을 비롯한 로빈후드, 코인베이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높게 반영됐다”라며 “특히 서클의 PBR은 43.5배로 매우 높고, 나머지도 시장 평균 4.6배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급락세도 확인되고 있다. 일례로 서클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 18일 223.78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나, 24일 종가 기준 13.71% 하락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지니어스 법안 통과 이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들의 하락세와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맞물린 여파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