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 강화와 입주 물량 절벽이 맞물리며 주택 거래가 얼어붙자 가구업계도 빌트인 B2B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 사업 다각화 등으로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 시장 냉각이 가구업계 전반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택 거래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으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대출은 금지되고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도 사실상 차단됐다.
여기에 올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323세대로, 상반기(14만537세대) 대비 29%, 지난해 하반기(16만3977세대) 대비 39%나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입주 물량(32만5367가구)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감소세다.
이와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올해 1분기 가구업체들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샘은 1분기 매출 4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고,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50.4% 감소했다. 현대리바트 역시 매출이 4378억 원으로 13.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39.9% 늘며 수익성은 개선됐다. 신세계까사는 매출 6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줄었고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90% 가까이 급감했다.
거래 절벽은 특히 B2B 사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신축 아파트 등에 빌트인 가구를 공급하는 B2B 수요가 급감하면서 업체들은 위축된 시장 환경 속에서 B2C 공략과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출시, 신채널 확장, 사무용 가구 시장 진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샘은 주택 시장 침체에 대응해 경기 민감도가 낮은 사무용 가구 라인업을 강화하며 B2B 대체 수요를 노리고 있다. 이번 하반기에 오피스 전용 신제품을 출시해 사무공간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B2C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주방 가구 브랜드 ‘키친바흐’를 리뉴얼하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도입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시즌별 프로모션인 ‘쌤페스타’도 강화해 할인 품목을 약 70% 확대하고 2600여 개 제품에 최대 85% 할인을 적용하며 신혼부부, 이사 수요 등 실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도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B2B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B2C 영역을 적극 확대 중이다.
프리미엄 라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앞세워 팝업스토어 운영, 유통채널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재용 커스터마이징 패키지 ‘어셈블’을 출시하는 등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을 겨냥해 패키지 상품 ‘더 룸’을 론칭하며 공간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프리미엄 침대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수면 브랜드 ‘마테라소’를 통해 1000만원대 초고가 매트리스 라인업 ‘마테라소 헤리티지’를 선보이며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동시에 온라인 전용 제품군을 새롭게 구성해 MZ세대 등 젊은 층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침대 프레임, 매트리스 등 온라인 전용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단가가 높은 가구류부터 구매를 미루는 등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경기 민감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빌트인 시장이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얼어붙은 가운데,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B2C 시장도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영역을 넓히고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