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에 책임경영 카드…시장 설득 나서는 젝시믹스 [기업X-RAY]

주가 반토막에 책임경영 카드…시장 설득 나서는 젝시믹스 [기업X-RAY]

실적은 상승세인데 주가 제자리…책임경영 나섰다
자사주 매입·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신뢰 회복 노려

기사승인 2025-07-23 11:00:06

안다르와 함께 국내 에슬레저 브랜드 ‘톱2’로 불리는 젝시믹스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수연 대표는 최근 약 1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매입은 단순한 주가 부양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해 고점 대비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둘러싼 회의론과 구조적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젝시믹스는 이번 자사주 매수를 두고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하고,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확고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입으로 이 대표의 지분율은 14.64%에서 15.06%로 상승했다. 주가 반등을 이끌 실질적 모멘텀을 시장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부 인사가 먼저 신뢰 회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적 흐름만 놓고 보면 젝시믹스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2326억원에서 지난해 271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82억원에서 249억 원으로 36.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2%, 매출총이익률은 60.4%로 수익성 지표도 안정적이다. 배당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간과 결산 각각 40원을 배당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0원 중간 배당과 120원의 결산 배당을 실시하며 배당 규모를 늘렸다.

해외 시장 확장은 여전히 성장 엔진으로 작동 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매출이 114억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에 이어 올해 시부야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유안타증권은 “일본은 여전히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시장”이라며 “오프라인 확대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84억4000만 원으로 484% 급증했으며, 중국에서는 현지 스포츠 그룹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해 상반기 10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연내 30~40개 매장 추가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온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 접점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중국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기여가 시작됐다”며 “매장 수 증가에 따라 실적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선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매출 구조 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젝시믹스의 골프웨어 매출은 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국내 골프의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역성장을 보인 가운데 이룬 성과다. 유안타증권은 “가격 대비 품질(가성비)을 앞세운 ‘겸용 제품’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성 언더웨어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젝시믹스는 4월 아시아 여성 체형에 맞춘 심리스 언더웨어 브랜드 ‘멜로우데이’를 출시했고, 초기 반응을 토대로 카테고리 확장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라인업인 ‘블랙라벨’, ‘어나더라벨’ 등도 확대 중이며, ASP(평균판매단가) 상승과 마진 개선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제품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젝시믹스는 소비자층의 다변화, 사용 목적의 다변화, 가격대의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브랜드 포지셔닝 재정립에 나서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중 해외 진출 속도가 가장 빠른 브랜드로, 시장 전환 대응력과 사업 탄력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애슬레저 시장의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등에 따르면, 글로벌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2023년에 3580억7000만 달러로 추산되었으며, 2030년에는 6625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9.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의 활용이 가능한 애슬레저 제품은 재택근무의 확산, 건강 중시 트렌드, 일상에서의 편의성 강화 등 복합적인 사회 변화를 배경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제 단순한 실적보다 '방향성'과 '신뢰 회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젝시믹스의 수익성은 안정적이지만, 브랜드 성장 잠재력과 프리미엄 이미지가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8.1배 수준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시장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일 수 있다.

결국 이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단순한 방어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브랜드 리빌딩을 향한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팬데믹 특수 이후 성장 전략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젝시믹스의 ‘책임경영’이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