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20년 차 배우, 박보영의 기대되는 미래 [쿠키인터뷰]

미지의 20년 차 배우, 박보영의 기대되는 미래 [쿠키인터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주연 배우 박보영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05 06:00:08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보영이 연기를 곧잘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1인 4역을 이토록 잘 해내리라 확신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마스크로 ‘뽀블리’라는 별명에 적합한 로맨스에서 꽤 오래 보겠거니 한 예측은 비껴가고도 말았다. 오래 봐왔으니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를,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미지의 배우’, 그리고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로 탈바꿈시킨 덕분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박보영은 “TV 드라마가 오랜만이어서 매주 방송과 함께 반응을 보는 게 오랜만이었다”며 “많이 사랑해 주셔서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재미가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시청률 3.6%(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시작한 ‘미지의 서울’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기록 8.4%를 찍었다. 완벽한 ‘작감배’(작가·감독·배우)는 기본, 작중 인물의 문제 해결 방식마저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수작으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박보영은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그래도 오르니까 기쁘더라”며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많이 봐주시길 바랐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이강 작가의 대본에서 나왔다. “표현이 대본 자체에 잘 돼 있어서 하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감독님이 안 계셨던 상황이라, 감독님이 잘 연출해 주시고 내가 연기만 잘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대본으로만 봤을 때도 글만으로도 주는 감정들이 있었어요. 제가 느끼는 공감과 위로가 있었기 때문에 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직면하는 갈등도, 이를 해소하는 법도 완전히 다른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역할을 바꾸는 서사를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했다. 미래와 미지, 미지인 척하는 미래와 미래인 척하는 미지를 연기해야 했던 박보영은 “계획형이 아닌데 저지르고 후회했다”고 회상했다.

“대본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었어요. 기회가 다른 사람한테 가면 어떡하지, 줄 서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했어요. 열심히 해보겠다고 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잖아요. 그러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한다고 했지’ 싶더라고요(웃음). 부담이 물밀듯이 왔어요. 촬영 전날까지 굉장히 마음이 힘들었어요.”

배우 박보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과적으로는 마음의 짐이 연기 부스터로 작동했다. 박보영은 별다른 설명 없이 화면만 봐도 미지와 미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준비 과정은 어땠을까.

“감독님이 처음 얘기하셨던 게 ‘너무 다르게 하려고 안 했으면 좋겠다’였어요. 예를 들면 너무 쓰지 않은 톤을 쓰려고 한다든가. 그래서 사회생활 할 때 밝은 모습은 미지에게 쓰고, 미래는 절제하고 표현을 안 하는 친구니까 혼자 있을 때 텐션을 끌어다 썼어요. 그리고 미래는 미지를 잘 따라 하지 못해요.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힘도 없고요. 세진이는 미지를 본 적이 없으니까 굳이 미지인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정했고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서 디테일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이토록 노력해 놓고도, 박보영은 박신우 감독, 이강 작가, 호수 역을 맡은 배우 박진영에게 “덕을 너무 많이 봤다”며 공을 돌렸다. 특히 “미래와 미지가 같이 (화면에) 나오면 사고”라며 혀를 내두르며, 쌍둥이가 마주하는 장면 촬영을 함께한 대역 배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촬영하는 데 시간이 두 배가 걸려요. 제가 미지를 하면 미래 대역이 계시고, 제가 미지를 할 때도 리허설은 미래로 먼저 해요. 미래를 어떻게 할지 보여주고, 그걸 최대한 똑같이 해주세요. 제가 미지로 촬영을 한 다음에 미래 분장을 하면 미지 대역하는 분이 계세요. 정확히 맞아야 하는 거라서 스태프분들도 힘드셨어요. 기술적으로 까다로워지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연기하면 골치가 아파져요. 다 계산해야만 했어요.”

박보영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가 됐다. 더 유의미한 점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에서 비판받는 일 없이 착실히 자신의 몫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지의 서울’을 통해, 그리고 늘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힘입어 또 한번 자신의 성장을 체감했다고 한다.

“해보지 않았던 방식의 연기였어요. 이제 맞은 편에 대역 배우가 못 앉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벨업한 것 같아요(웃음). 여전히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맞나 싶어요. 그럴 때마다 팬분들의 응원이 정말 힘이 돼요. 제 일은 봐줘야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잖아요. 위로가 됐던 편지는 다시 꺼내보기도 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