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의 상반기 수주 목표량이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규 수주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2~3년 내 영업이익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 본격 반영과 수익성 개선 전략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했고, 삼성중공업도 697% 늘었다.
한화오션 역시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의 반복 생산과 원가 절감, 환율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60% 가까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가 맞물린 탓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상반기 76척(105억 달러)을 수주해 연간 목표(180억5000만 달러)의 58.2%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121척에 비하면 62.8%나 줄어든 수치다.
삼성중공업은 18척(26억 달러) 수주로 연간 목표(98억 달러)의 26.5%에 그쳤고, 한화오션은 15척(30억7000만 달러) 수주로 지난해 상반기(27척, 53억3000만 달러) 대비 40% 가까이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중국 공세 ‘이중고’
수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선박 발주 감소와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수주 공세가 꼽힌다. 현재 중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량이 줄어드는 틈을 공략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수주량 감소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주 감소가 장기화할 경우 협력사와 지역경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공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의 경우 기자재, 부품, 용역 등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 일자리에 직결되는 산업”이라며 “수주 가뭄이 2~3년 이상 지속되면 도크가 비고, 협력사와 지역경제에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감소도 우려했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조선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예상 수치는 과거 수주잔량이 반영된 결과”라며 “신규 수주가 줄어들 경우 향후 2~3년 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예정된 미국의 대규모 LNG 프로젝트 발주가 반전을 이끌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조선3사 관계자는 “미국이 텍사스·루이지애나 등에서 대규모 LNG 생산·수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한국 조선 3사는 LNG선 건조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발주처가 한국 조선소에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오는 2037년까지 최대 448척의 선박(전략상선, LNG선, 군수선 등) 발주 계획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LNG 운반선은 최소 42척 이상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