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銀 인수해도 적격성 심사 전부 면한다

금융지주, 저축銀 인수해도 적격성 심사 전부 면한다

M&A 시장 활기 띌까…일각에선 악용 우려도

기사승인 2025-07-02 06:00:04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상호저축은행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전혀 받지 않을 길이 열린다. 업계는 지역 중소형 저축은행을 금융지주가 사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관리감독이 지나치게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8월 11일까지 입법예고된 상호저축은행법 하위규정 개정안에는 금융지주회사의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지주는 이미 금융지주회사법상 감독을 받고 있어 추가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금융지주는 이미 타사의 대주주(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 또는 최대주주)가 되거나 타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받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1~2년에 1번씩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받는 정기 심사까지 면제받게 되면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적격성 심사는 전혀 없다.

정기 심사에서는 출자능력, 재무상태, 사회적 신용 등을 평가해 저축은행의 건전한 경영에 결격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심사에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요건 충족 명령을 받는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즉각 주식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고 대주주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금융위는 정기 심사를 면제해 금융지주가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갖는 부담을 덜어 준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심사를 면제하면) 금융지주가 수요자로서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요인이 좀 더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이번 개정으로 중소형 저축은행이 합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전성이 지나치게 낮은 지역 중소형 저축은행의 문제가 업권 전체의 문제처럼 보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소형 저축은행을 금융지주가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 저축은행은 수도권 저축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수도권(60%)이 비수도권(16%)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봐도 수도권 저축은행(38%)보다 비수도권 저축은행(54%)에서 자기자본 감소가 두드러졌다.

금융지주회사란 1개 이상의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의 회사로,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다. 현재 인가를 받은 금융지주로는 KB, NH농협, 우리, iM, 하나, 신한 등 은행지주와 BNK, JB 등 지방은행지주, 한국투자와 메리츠 등 비은행지주가 있다. 교보생명은 비은행금융지주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비은행 금융지주의 적격성 심사 면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지주가) 은행을 가지려면 이미 엄격한 심사를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비은행만 보유한 금융지주는 심사를 받고 있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저축은행을 악용할 유인도 더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의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여력이 되는 금융지주가 인수하기 위한 인센티브나 행정상 편의는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금융지주도 은행법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고 굉장히 건실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