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 속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편의점 PB(자체 브랜드) 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화제성과 트렌드를 겸비해 매출을 견인한 ‘히트작’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위축된 소비 심리에 대응해 가격 경쟁력 중심 상품과 차별화 상품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물가 고공행진 속에 ‘가성비’ 소비가 확산되며 합리적인 가격의 편의점 PB 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CU의 ‘득템라면’은 이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7.5% 매출이 증가했다. 2021년 4월 출시된 해당 제품은 가격을 480원으로 책정해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돌파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상품은 라면뿐만이 아니다. CU PB 커피 브랜드 ‘겟커피’의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대표 메뉴인 ‘겟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XL’은 얼음컵 포함 1800원으로 일반 저가 커피 브랜드보다도 저렴하다. 이외에도 ‘득템 시리즈’에 속한 1900원 닭가슴살은 지난달 77.6%, 4900원짜리 계란 15구는 31.5%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실속형 소비자들에게 반응을 얻고 있다.
GS25도 가격 인하 전략이 주효했다.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은 지난 2월 기존 2300원에서 1800원으로 가격을 낮춘 뒤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43%, 4월 370%나 폭증했다. GS25는 지난해 초부터 가성비 중심 PB 브랜드 리얼프라이스를 전개 중이다. 생필품과 장보기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잇단 ‘히트작’…올해는 조용
이처럼 가성비 PB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눈에 띄는 ‘히트작’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CU의 ‘생레몬 하이볼’, ‘밤 티라미수’, GS25의 ‘요아정 파르페’, ‘흑백요리사 디저트빵’ 등 주목받는 차별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생레몬 하이볼은 출시 일주일도 안 돼 전체 상품 매출 2위(담배 제외)에 오르며 소주와 수입맥주를 제쳤고 2분기 주류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밤 티라미수는 예약 첫날 20분 만에 2만개가 완판됐고, 한 달 만에 130만개를 팔아치웠다. GS25의 흑백요리사 디저트빵 4종은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CU는 지드래곤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하이볼, GS25는 ‘선양 오크소주’ 등 콜라보 제품을 선보여 각각 600만 캔, 200만 병 이상의 누적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만큼 폭발적인 반응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는 고물가 상황에서 트렌디한 상품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PB 상품 기획은 여전히 가격 중심과 화제성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가성비 시리즈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쏠리는 분위기”라면서도 “물가 방어형 제품 외에도 SNS에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매출 하락세…하반기 PB 전략 주목
실제 편의점 3사의 전체 매출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CU, GS25, 세븐일레븐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으며, 4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구매 건수도 3.1% 줄었고, 점포 수 역시 지난해 4만8315개로 전년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경기 민감도가 높은 소비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PB 기획 방향을 조정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소비가 중심이지만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상품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며 “경기 상황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을 분석해 트렌디한 제품 비중도 다시 키워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