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서 사라진 애플 ‘AI 혁신’…삼성은 갤럭시Z7 반격 채비

WWDC서 사라진 애플 ‘AI 혁신’…삼성은 갤럭시Z7 반격 채비

-애플, WWDC 통해 12년 만에 운영체제 디자인 변경 등 공개
-애플 “더 개인화된 시리 아직 시간 필요해”
-삼성, 같은 날 ‘갤럭시 Z 폴드7’ 두 번째 티저 공개

기사승인 2025-06-10 18:09:33

팀 쿡 애플 CEO(왼쪽)과 크레이그 페데리기 부사장.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12년 만에 아이폰 등 자사 기기 운영체제(OS) 디자인을 변경했지만,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더 개인화된 시리’는 결국 이번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발표가 애플이 보여줬던 과거의 혁신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걸쳐 다양한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이날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애플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출시 연기를 공식화했다. 그는 “우리의 높은 기준에 다다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라고 명명한 반투명한 시각적 표현 기법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든 플랫폼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도 업데이트했다. 특히 실시간 번역은 메시지 앱에서 자동 번역기 가능하고, 화상통화 앱 페이스타임에서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동시에 번역된 실시간 자막이 표시된다. 일반 통화 중에도 번역된 내용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통화 스크리닝’ 기능은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실시간 음성 메시지를 바탕으로 자동 응답을 보내고, 스팸성 전화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메시지 앱에서도 알 수 없는 발신자의 메시지를 자동으로 검토해 사용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외에도 애플워치에는 AI 기반의 피트니스 코치 ‘워크아웃 버디’ 기능이 새로 탑재됐다.

리퀴드 글래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 애플 제공

앞서 애플은 2023년 WWDC에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했고,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발표에서는 과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애플의 모습이 다소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는 “애플 내부에서도 이번 WWDC가 AI 측면에서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자칫하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만 부가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애플이 AI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상했다”며 자사의 기술 우위를 강조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같은 기대 하락은 지난해 6월 WWMC에서 애플이 야심차게 예고했던 ‘더 개인화된 시리’가 이번 행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열린 WWDC에서 ‘더 개인화된 시리’ 등을 공개했다. 애플의 계획과 달리 1년이 지났음에도 시리는 이번 행사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 결과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아이폰16 시리즈는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출시 초기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실제 제품에서는 해당 기능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거나 아예 제공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 소비자들은 애플을 상대로 기능 미제공에 따른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가 접수됐다. 

국내 전문가들도 애플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과거 행사와 비교하면 올해는 빅 이벤트라 할 부분은 잘 안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으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사실상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발언으로 애플만의 ‘혁신’이란 이미지는 많이 실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애플이 사용자경험(UX) 기능을 높이기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다음 달 공개하는 갤럭시Z7 시리즈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 Z 폴드7’의 두 번째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더 얇고, 가볍고, 견고하게-폴더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갤럭시 Z 시리즈’란 제목으로 약 9초 분량의 영상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벼우며 더욱 진보한 갤럭시 Z 시리즈가 탄생할 것”이라며 “이번 신제품은 사용자에게 더욱 확장된 울트라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