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이르면 6월 중 1550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가격만 계속 오른다”는 불만과 함께 “그래도 해외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최근 철도 요금을 150원 인상하는 내용의 ‘도시철도 운임 범위 조정에 대한 도의회 의견청취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경기도 소비자정책위원회를 거쳐 철도 기본요금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상반기 중 요금 인상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한국철도공사 간 정책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시행 시점은 6월 말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3년 시민 공청회,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지하철 기본요금을 300원 인상하되 이를 150원씩 두 차례에 나눠 조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하철 요금, 해외와 비교해보니
뉴욕,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들과 비교하면 수도권 지하철 요금은 저렴한 편이다. 현행 요금 체계는 거리 비례제로, 성인 기준 승하차 구간 10km까지는 기본요금이 적용되고 이후 5km 단위로 100원씩 추가돼 하차 시 정산된다.
해외 주요 도시의 기본요금을 보면, 뉴욕 지하철은 거리와 관계없이 약 3200원(2.90달러)의 고정 요금을 부과한다. 도쿄는 기본요금이 약 200엔(약 2000원)부터 시작되며, 거리와 환승 횟수에 따라 요금이 계속 추가된다.
런던은 지역별 구간제로 운영된다. 오이스터 카드를 사용하더라도 1회 이용에 5000원가량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보다 3배 이상 비싼 셈이다. 이처럼 ‘기본요금’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저렴한 요금의 그늘…서울교통공사 적자 눈덩이
지하철 요금 인상 배경에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적자 규모는 △2022년 6420억원 △2023년 5173억원 △2024년 7288억원이다. 누적 적자는 약 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총부채는 7조3474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의 연간 운영비는 2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수입은 약 1조9000억원 수준”이라며 “노인 무임승차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저렴한 요금 구조 자체가 적자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적자의 상당 부분은 무임수송 손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무임승차 인원은 하루 평균 751만 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약 17%를 차지했다. 이로 인한 연간 손실액만 약 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자를 100%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요금 인상이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기후동행카드 가격은 조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