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신라가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신용등급 하향 우려까지 겹친 상황에서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유치를 통한 면세 회복 전략을 내세웠다. 다만 업계에서는 면세 중심 사업 구조 자체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호텔신라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2년·3년·5년 만기의 무보증 공모채를 총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대부분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으로, 이는 유동성 위기 완화를 위한 일시적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호텔신라의 지난해 실적은 면세 부진으로 전체 영업이익이 41% 급감했다. 연결 기준 2024년 매출은 4조1933억원으로 9.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45억원에 그쳤고, 면세(TR) 부문에서는 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장기신용등급 전망도 흔들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호텔신라에 대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하향하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로 인해 향후 자금 조달시 금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호텔신라는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4월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유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발표 후 3분기부터 유커에 대한 비자 면제가 한시적으로 이뤄진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특히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등 고부가가치 단체 중심 유치활동을 통해 중국, 동남아 단체고객이 월평균 1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POP 시장을 고려 팬미팅 등의 대형 단체고객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고, 최근 일일투어나 소규모 FIT성 단체 여행 형태의 변화에 따른 연계 상품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선 호텔신라의 사업 구조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로나 이후 호텔 투숙률은 빠르게 회복됐지만, 수익성의 70% 이상을 면세사업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호텔 중심 체질 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호텔신라의 연결 매출 중 약 83.7%가 면세사업에서 발생했다.
면세 부문은 중국 소비 시장, 환율, 공항 임대료 등 외부 변수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을 위한 약 500억원 상당의 보증금과 높은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추가로 압박하는 사왕이다.
특히 교환사채와 이번 공모채를 연이어 발행하며 현금 흐름보다 차입에 기댄 경영이 반복되는 구조도 우려를 키운다. 재무지표 개선을 위해 2023년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197%로 낮췄지만, 1조6000억원 이상의 총차입금과 4100억원에 이르는 단기 상환부담은 여전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면세업은 계속 어려운 상황이고, 당장 회복할 가능성도 낮다”며 “현재 투숙객을 회복한 호텔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면서 3분기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 회복세를 기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