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옷 장사 접어야 하나”…날 풀려도 옷 안 팔린다

“봄옷 장사 접어야 하나”…날 풀려도 옷 안 팔린다

백화점 3사 패션 카테고리 매출 저조

기사승인 2025-04-18 06:00:08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옷 가게에 봄옷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계절 특수로 소비가 살아나는 봄철에도 패션업계의 실적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봄철을 성수기로 꼽는 골프웨어 시장마저 저조한 성과를 내면서, 업계 전반에 드리운 소비 한파가 여전히 거세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화점 3사의 봄철 간절기 의류 패션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3월 롯데백화점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다른 백화점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0.9%, 현대백화점은 0.2% 각각 증가했다. 패션 카테고리의 평균 매출 신장률은 6%대이다. 경기 불황으로 2% 증가율을 기록한 전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고물가와 불경기가 초래한 소비위축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날씨마저 변덕을 부려 수요가 급격히 꺾인 탓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봄과 가을이 성수기에 속하는 골프웨어 업계조차 고전하고 있다. 골프 아웃도어 브랜드인 크리스에프엔씨는 지난해 매출액은 3313억원, 영업이익은 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각각 9.7%, 73.7% 감소한 수치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파리게이츠, 핑, 세인트앤드류스 등 해외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골프복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 연령대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갖춰 주목받았으나 지난 2023년부터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하고 있다.

봄철 간절기 패션 상품 수요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고물가 등으로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에 더해 봄답지 않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패션 부문에서 날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올해 2월의 경우 절기상 봄이 온다는 ‘입춘’과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 전후로 일주일씩 강추위가 찾아와 월 평균기온을 0.5도까지 끌어내렸다. 

지난달에도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다소 높았으나 중순까지 눈이 내리는 날이 잦고 수일간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 현상이 나타나면서 ‘봄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백화점과 의류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시즌에 관계없이 컬렉션을 출시하는 ‘시즌리스’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기후변화 태스크포스를 출범하고, 롯데와 신세계도 기존의 사계절로 구분된 상품 전략을 수정해 변화하는 기온·기후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패션업계의 상황을 얘기할 때 ‘이상기후, 고물가, 소비침체’라는 표현을 빼놓을 수 없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사치재에 포함되는 옷을 구매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상기후도 변수다. 관계자는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이상기후는 무엇보다 재고 관리에 치명적”이라며 “여름이나 겨울처럼 계절이 길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기에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데, 기온을 예상하기 어려워져 (제품) 수요 예측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이르고 긴 여름이 예상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망하며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