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해결책 만들라 한 ‘지주택’…도대체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대통령도 해결책 만들라 한 ‘지주택’…도대체 뭐길래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5-08-20 06:00:09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과정에서 토지 확보, 공사비 갈등 등으로 조합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선을 예고했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개선할 예정입니다. 지난 6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에서 토론회를 열어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호소하는 조합원의 발언을 청취했습니다. 조합원은 이 대통령에게 자신이 소속된 지역주택조합원들이 파산 위기에 놓였으며 사업을 맡은 건설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도개선을 주문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1980년에 도입됐습니다.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 등이 모여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토지를 확보해 주택을 짓는 방식입니다. 당시에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여겨졌습니다. 더불어 일반 분양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고 청약 경쟁이나 순위와 관계없이 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악명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요. ‘토지 확보 문제’ 때문입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이 토지를 100%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토지주가 토지를 넘기지 않고 버티면 사업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되기도 합니다. 토지를 확보를 하더라도 확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현재 서울에서 지역주택 사업을 진행 중인 118곳 중 착공까지 간 곳은 14곳뿐 입니다. 이 14곳은 착공까지 평균 11년 정도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정비사업이 6~8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3~5년 정도 더 걸린 셈이죠.

추가 공사비 문제도 발목을 잡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조합원 모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입주 직전에 공사비를 평균 30% 이상 과도하게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분쟁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618개 조합 중 187개 조합에서 293건의 민원이 있었는데요. 이 중 공사비 분쟁이 11건이었습니다. 한 지역주택조합은 시공사가 물가 변동과 실착공 지연을 이유로 공사비를 최초 계약 금액의 50%에 이르는 930억원 높여달라는 요구를 해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7월부터 지역주택조합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법‧부당행위를 근절하고 조합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에 착수했습니다. 시‧군‧구는 개별 조합별로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의 거짓‧과장광고, 분담금 사용과 자금관리 등 조합 운영상의 부조리 및 각종 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여부 등 조합 운영 전반에 걸친 불법, 부당행위 일체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개선하려면 토지 확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지역주택조합은 토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며 “최소 토지 확보 비율을 80~90%까지 높이고 조합의 전문성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도 거론됐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청약통장이 없고 시행사가 적었을 때 사람들이 모여서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었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땅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 건 재개발‧재건축보다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유지하면서 얻는 이익과 손실을 생각해 봤을 때 폐지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