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함정, 전차 등의 전투장비 스텔스화가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레이더 스텔스 기술은 전파를 흡수하거나 분산시켜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로, 무기체계의 자주성과 은닉성을 확보하는 핵심 이다.
때문에 이 기술은 전략기술로 분류돼 수출입이 제한적이고 관련 소프트웨어와 시험 장비조차 도입이 어려워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레이더 스텔스 핵심기술 국산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레이더 스텔스(Radar Stealth)의 핵심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설계, 시제품 제작, 성능검증까지 전 주기를 순수 국내 기술로 이룬 첫 사례로, 국산 무기체계 발전을 물론 K-방산 수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RISS 전자파측정그룹, 미래선도연구장비그룹, 양자전기자기측정그룹, 소재물성측정그룹 공동연구진은 레이더 스텔스 구현에 필수적인 레이돔의 ‘주파수 선택 표면(FSS) 설계 소프트웨어’와 ‘전자파 평가 검증장비’를 자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돔은 항공기나 미사일의 레이더·통신 안테나를 감싸는 반구형 구조체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테나를 보호하면서 필요한 전자파 신호가 효과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정밀한 설계가 요구된다.
특히 군사용 레이돔은 초고속 비행 중 강한 열과 충격을 견디면서도 전자파 투과율, 위상 안정성 등 여러 성능 요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레이돔의 FSS는 특정 주파수 전자파만 선택적으로 투과하거나 반사하도록 설계된 주파수 필터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FSS 설계는 특정 주파수 전자파는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반사하거나 차단하는 주기적 패턴을 갖는 초기능성 평면 설계기술이 필요하며, 유전체 패턴과 금속 패턴을 전자기파의 파장보다 더 작은 수준에서 각별하게 조합한다.
때문에 레이돔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자파 투과 성능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하는 고성능 전자파 해석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상용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하나당 가격이 1억 원을 넘고, 매년 유지보수 비용도 2000만 원 이상이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초고도 병렬처리 기술을 접목해 고성능 전자기파 필터 구조인 FSS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병렬계산이 가능한 최적화 알고리즘(CSA)과 오픈소스 전자기 시뮬레이터(PSSFSS)를 결합해 수많은 설계 후보를 동시에 평가하고 유망한 설계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이 학습하여 AI가 스스로 효율적인 필터 구조를 예측하거나 직접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다층 복합소재로 이뤄진 레이돔 구조해석에 최적화된 도구로,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 대비 FSS 설계 속도가 50배 이상 빠르다.

아울러 연구진은 개발한 레이돔의 성능을 자체 점검 및 개선할 수 있는 전자파 레이돔 평가장비도 함께 개발했다.
기존에는 군사용 레이돔의 까다로운 성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자파 시험에만 보통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이번에 개발한 평가장비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기존 대비 5배 이상 빠른 성능 측정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레이돔의 실전 배치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전투기 스텔스 기능 확보와 레이더 보호, 도심항공교통(UAM)·드론 등 미래형 교통수단의 통신 장비 커버, 자율주행차용 장거리 레이더 보호, 6G 위성 통신용 광대역 안테나 보호 등에 적용이 기대된다.
KRISS은 이번에 개발한 설계 소프트웨어 및 측정장비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전자파 전문기업 ㈜케이이알에 기술료 5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홍영표 KRISS 전자파측정그룹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국방뿐 아니라 모빌리티, 선박, 우주항공 등 다양한 레이더 응용 산업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전자파 분야 국제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Microwave Theory and Techniques’에 7월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