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소환을 통보하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김 여사는 다음 달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특검이 현판식을 열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불과 3주 만이다.
적용된 혐의는 각기 다르다. 윤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김 여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 출석요구서에는 명태균 전 후보 공천 개입 의혹이, 김 여사 요구서에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건진법사 청탁, 명씨 공천 개입 등이 적시됐다.
결국 이번 소환은 권력을 고리 삼아 작동해온 의혹 전반을 정조준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 및 공천 개입 논란을, 김 여사는 수년간 제기된 주가조작·인사 청탁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특검이 공언한 대로, 이번 사건은 권력을 매개로 작동한 종합 비리 구조를 겨냥하고 있다.
구속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소환 사실이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옥중 입장문을 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나 하나로 족하다”며, “한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부당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이어 “형사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정당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 판단이 옳았는지는 결국 역사가 심판할 몫”이라며 “우려했던 일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며 나라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과거 내란 혐의 수사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를 내세워 소환 조사에 불응했고, 이번에도 유사한 대응이 예상된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여사 조사가 하루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추가 소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특검은 이번 수사를 통해 권력형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불법 여론조사, 공천 청탁 등 하나하나가 단일 사건으로도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수년 전부터 수차례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검찰은 사실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퇴임 이후에도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권력이란 이름 아래 진실은 오랫동안 묻혔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일종의 ‘수사 면제권’처럼 작동했던 셈이다.
검찰과 정치권 모두 이 지점에서 반성해야 한다. 권력 앞에 머뭇거린 결과, 의혹은 증폭됐고 책임은 흐려졌다. 법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는 가장 단순한 원칙이 수년간 무너져 있었다.
이제 국민의 시선은 특검을 향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장면은 헌정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법이 권력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는가. 이번 수사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