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18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 배우자의 주식 거래 의혹,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두고 충돌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방역 책임자였던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코로나 수혜주’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 공세를 폈다. 이들은 ‘코로나 영웅, 의혹 앞에 당당해라’라고 적힌 팻말을 노트북에 부착한 채 청문회에 참석했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마스크 필터 제조업체의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샀다가 공교롭게 주식 거래 가액이 오를 때 팔고, 떨어지면 집중적으로 매수했다가 또 왕창 오르면 팔았다. 그런 뒤 상장 폐지됐다”며 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식 투자 가능성을 제기했다.
같은 당 서명옥 의원은 “전 국민의 방역을 총괄하는 질병관리청장의 배우자가 어떻게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마스크 회사의 주식을 갖고 거액의 이익을 봤는지 용인할 수가 없다”고 했다. 자료 제출을 놓고도 질타를 쏟아냈다. 서 의원은 “후보자는 메르스, 코로나 유행 시기에 주식 단타 거래 의혹이 있는데 자료가 전혀 오지 않았다. 그나마 청문회 시작 직전에 키움증권 자료 하나만 우리에게 던져줬다”며 “이는 방대한 양인데 분석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배우자가 보유한 ‘창해에탄올’은 코로나 유행 시기 손세정제 사업에 진출해 주가가 급등했다. 창해에탄올 외에도 마스크 관련 종목인 ‘애프티앤이’,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로 알려진 ‘씨젠’ 등 다른 수혜주 투자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이해충돌 여부를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점은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배우자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
농지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 배우자는 1998년부터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2개 필지(2785㎡·2701㎡)를 소유 중인데, 서울에 거주하고 인천 등 평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해 온 배우자가 직접 농사를 지은 게 맞냐는 의심이다. 농지법상 농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농지를 직접 경작해야 한다.

서 의원은 “토지 직불금을 후보자 지인 A씨가 수령한 점을 봤을 때 실경작자는 후보자 가족이 아닌 A씨”라며 “실경작하지 않으면 실정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직불금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실제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에게 주는 보조금이다. 농지를 경작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 후보자는 “가족만으로는 노동력이 어렵고, 주요하게 작업해야 하는 모내기나 모판 작업은 배우자의 친구들이 같이 가서 진행했다”면서 “농사는 부족함이 있다고 보실 수 있지만, 가족들이 최선을 다해서 지었다”고 해명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 배우자를 두고 ‘주식의 귀재’, ‘농사의 귀재’라고 비꼬았다. 또 정 후보자가 질병청장이던 시절 서울의대 84학번 동기이자 학생 운동을 같이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의 병원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것과 배우자의 취업이 이 이사장과의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것은 아닌지 추궁했다. 명지병원은 3년간 총 492억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수령했다. 2021년 7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병원이 2022년에는 19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민주당 적극 옹호…“코로나 영웅”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국정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라며 정 후보자를 옹호했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가족을 볼모로 여론 호도에 몰두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면서 “누가 내란정당 아니랄까봐 민생 발목 잡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민들께서 왜 해산하라고 하는지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희 의원은 “자료를 보면 마스크와 관련된 주식은 전부 코로나19 훨씬 전에 다 매도됐다는 게 나와 있다”며 “주식을 사고판 내역은 1년에 5~6건밖에 없는데, 마치 전문 투기꾼인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장종태·소병훈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로부터 후보자 지명 직후 환영 성명이 쏟아진 것과 관련해 “이례적인 일”이라며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 현안을 책임감 있게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서미화 의원은 정 후보자가 코로나19 시기 질병청장으로서 보여준 책임감과 소통력을 부각했다. 그는 “후보자는 국민에게 ‘코로나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당시 머리가 새하얗도록 헌신하며 국민을 지켰다”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지지 성명들은) 1년5개월 동안 지속됐던 의정 갈등과 의료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열망이 담긴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어 “코로나 영웅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의료인과 지자체 공무원, 국민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를 이긴 것이며 그런 명칭은 과분하다”면서 “방역당국 조치에 함께해 준 국민들과 의료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모두 공감하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
이날 청문회에선 △의료개혁 △전공의·의대생 복귀 및 수련·교육 △의약품 품절 △지역 공공의대 신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연금 재정 고갈 △간병 부담 등 각종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중점 과제로 △빈틈 없이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돌봄 국가 책임 강화 △국민 중심 보건의료체계 구축 △미래 보건복지 강국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화된 의정 갈등,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수요 증가,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 등 복지부가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 통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라고 피력했다.
정 후보자는 “수급추계위를 도입해 적정 인력 규모에 대한 과학적 추계를 시행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충분한 보상도 지급하겠다”면서 “국립대병원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해 지역 내 공공·필수의료 컨트롤타워로 육성하고, 환자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보장하는 방향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책 구상과 과제들은 국회 협력과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라며 “낮은 자세로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국회에 상의하며 맡겨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