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증손’ 김용만 “나라 위해 꽃 심는 마음”…백범이 알려준 애국은 [쿡 인터뷰]

‘김구 증손’ 김용만 “나라 위해 꽃 심는 마음”…백범이 알려준 애국은 [쿡 인터뷰]

백범 김구 선생 증손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공인된 지금 가장 책임감 무거워…‘진충보국’ 되새기려”
“정치는 애국의 도구…희생의 가치 바로 서도록 해야”
“공존 가능한 자유…오늘날 실천 가능한 백범의 메시지”

기사승인 2025-08-08 07:01:03 업데이트 2025-08-08 07:08:32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진충보국(盡忠報國)’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상 위에는 ‘충성을 다하여 나라에 보탬이 돼라’는 휘호가 걸려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 의원은 이 네 글자에 담긴 무게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다. 그는 “김구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백범’, 즉 백정과 범부가 나라를 사랑하길 바란다는 호의 의미를 늘 되새기려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어릴 적부터 ‘백범의 후손’이라는 책임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는 “친구들과 같은 잘못을 해도 선생님께 한두 대 더 맞았다. ‘증조할아버지를 생각해서 더 잘 자라야 한다’라는 이유에서였다”라며 “그때는 되려 억울했다. 도대체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누구시길래 나한테 이런 억울함을 주는 걸까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김구 선생의 모습은 대중이 기억하는 따뜻한 민족의 어른과는 다소 달랐다고 한다. 김 의원은 “임시정부 시절, 여건이 되지 않아 자식들을 반복적으로 고아원에 보냈다고 한다. 물론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겠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백범을 굉장히 냉정한 아버지로 기억하셨다”라고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 의원은 ‘나라가 항상 먼저인 삶’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그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나라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 나라를 지켜야 된다’라는 국가관과 애국심을 우선하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이제는 국회의원으로서 그 책임을 더 깊이 느끼고 있다. 김 의원은 “백범이라는 위인의 후손으로서 공인이 되고 보니 지금이 다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부담으로 와닿는다”라면서도 “제게 주어진 숙제는 단순한 애국심을 넘어,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의 희생이 제대로 존중받고 그 가치가 바로 서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가명 사용, 광복 직후 행정상 처리 미비 등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이 다르더라도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독립유공자의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검사에 의한 인지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족관계가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예우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광복 이후 행정 혼란으로 실제 혈연관계가 있음에도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인정받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개정안을 통해 역사적 정의와 보훈 형평성을 바로잡고자 했다. 앞으로도 독립운동가의 명예가 후손에게도 온전히 계승될 수 있도록 하겠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이라도 국가는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특히 김 의원은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 경축식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의미 있게 치러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정부가 광복절을 앞두고 ‘뉴라이트 논란’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면서 정부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고, 정부와 광복회가 각각 별도로 기념식을 열며 행사가 파행을 겪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독립운동사의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기간 백범 김구 선생의 가치관과 국가 비전에 대해 17차례 이상 언급한 만큼 올해 경축식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완성도 높고 통합된 행사로 치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백범의 메시지로 ‘자유’를 꼽았다. 그는 “백범 선생께서는 ‘자유의 방향’을 강조했다”라며 “자유를 단순히 하나로 정의되는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보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쁜 꽃을 꺾는 것도 자유지만, 남을 위해 그 자리에 또 하나의 꽃을 심는 것도 자유”라며 “지금처럼 자유를 중시하는 시대일수록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자유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백범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의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그는 “국민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도구이자, 그 사랑을 지켜내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구 할아버지의 호 ‘백범’에는 평범한 이들도 독립운동가처럼 나라를 사랑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라며 “그 뜻을 이어가라고 국민께서 잠시 저에게 정치라는 도구를 맡겨주신 만큼 더 소중히 바르게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