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시장 ‘9억 현금 장벽’…대출 규제에 분양시장 촉각

서울 청약시장 ‘9억 현금 장벽’…대출 규제에 분양시장 촉각

기사승인 2025-07-05 06:00:07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곽경근 기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출규제에 청약 시장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공사비‧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현금 9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분양이 예정된 수도권 단지는 총 101곳, 9만8783가구다. 서울은 2만888가구(24곳), 경기도 6만5639가구(65곳), 인천 1만2256가구(12곳)가 분양을 앞뒀다. 상반기 대선 등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춤했던 분양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청약 단지 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정부는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했다. 또 전세대출을 활용해 새 아파트 잔금을 치르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단, 대출 규제 발표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분양 단지에 대해서는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대출에 대해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입주자 공고를 마친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포레, 영등포구 리버센트푸르지오 등은 대출 규제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 분양 단지들은 규제를 모두 적용받게 된다. 부동산R114 집계 기준 하반기 분양을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영등포구 더샵신풍역·더샵르프리베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등은 대출 규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높은 분양가에 사실상 현금 부자만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공급 면적 기준)당 4568만원이다. 전용 84㎡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5억7800만원에 달한 것이다. 이번 대출 규제로 최대한도인 6억원을 대출받는다 해도 현금 9억78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전용 59㎡는 평균 분양가가 11억7660만원으로 전용 84㎡보단 낮지만 그래도 5억7660만원 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신규 분양에서 가장 큰 장점은 중도금 대출, 집단 대출인데 대출 규제 강화로 청약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도권에서도 분양가가 비싼 광명이나 대형 평수 청약률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분양 시장 찬바람은 공급 시장 위축 우려로 연결된다. 선분양 사업장의 경우 분양대금을 통해 공사비를 조달하는데 청약 결과가 저조할 경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수도권 민간 청약 수요가 위축되며 일부 사업장은 착공 지연 또는 분양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건설사의) 현금흐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요 건설사의 수주 및 단기 실적에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신규 착공 및 분양 확대에는 분양이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건설 업계는 수도권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위축이 지방에 더 큰 타격을 미친다고 보고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은 한동안 (분양가가) 많이 올라서 잠시 위축될 수 있으나 공급 부족이 큰 상황이라 청약이 미달되거나 안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문제는 지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며 지방도 조금씩 영향을 받던 중 규제 강화로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미분양 해소 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