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 50조 탕감 될까…‘배드뱅크’ 논의 탄력

코로나 빚 50조 탕감 될까…‘배드뱅크’ 논의 탄력

기사승인 2025-06-10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정부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장기 소액 연체채권 규모를 파악 중이며, 조만간 배드뱅크의 매입 대상과 규모를 포함한 세부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왔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52%에서 2024년 4분기 1.67%로 3배 이상 뛰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현실을 토대로 “정부가 (코로나19 시기 국민의) 채무 조정을 넘어서서 정책자금 대출 일정 부분은 탕감해줘야 한다”며 ‘배드뱅크 설립’ 공약을 내놨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운용 손실은 통상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일반 장기 소액 연체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 관련 세부안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추경이 최우선 과제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배드뱅크 방안 역시 추경 논의와 맞물려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빚 탕감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코로나19 정책대출 ‘시한폭탄’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9월 만기 연장이 필요한 코로나19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대출은 47조4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2조5000억원까지 더하면 약 50조원의 채무 부담이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세훈 금융감독원장 대행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소상공인 채무부담 가중이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현황을 정밀 점검해 필요한 자금공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배드뱅크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캠코는 배드뱅크와 유사한 성격의 새출발기금을 운용했다. 지난 2022년 10월 출범한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원금 감면,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원 규모와 속도 면에서 새출발기금보다 선명한 부채 탕감·조정 조건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캠코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권은 아직 재원 조달안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혹여 부담을 떠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앞서 은행들은 3년간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조원 규모의 채무를 조정하는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23년 말에는 약 2조원 상당의 소상공인 이자 환급 등을 단행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원 확대에 공감하지만, 추가 부담이 더해질 경우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자금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사의 출연 규모를 두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려운 살림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대출자에 대한 역차별, 도덕적 해이 논란도 숙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를 배드뱅크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짙다”면서도 “그간 성실히 채무를 상환한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세부 설계안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