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정신과에만 의존하면 절대 성공 못해

자살 예방 정신과에만 의존하면 절대 성공 못해

글‧홍승봉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기사승인 2025-06-03 08:39:00 업데이트 2025-06-03 08:51:23

동네의원서 ‘정신과 치료’ 권고, 10명 중 1명만 따랐다. 보건복지부의 ‘동네의원 마음건강 돌봄 연계’ 시범사업의 결과이다. 

정부는 여기서 왜 한국의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너무 정신과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영국 자살 연구를 보면 정신과 전문의를 교육했을 때에는 효과가 없었고, 가정의학과, 내과 등 비정신과 의사들을 교육하였을 때 자살 감소 효과가 있었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자살대책이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자살 고위험군을 가장 많이 진료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비정신과 의사들을 자살예방대책위원회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으며 자살위험 스크리닝, 상담 및 응급 조치에 대해 아무런 교육 및 수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소수의 정신과 의사에게만 의존하려고 하나. 이럴수록 우울증과 자살은 정신질환이라는 편견과 낙인이 더 강해져서 자살 예방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우울증은 감기와 같이 모든 의사가 치료하는 것으로 여겨야 숨지 않고 치료 받게 된다. 자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야 편견과 낙인에서 벗어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왜 비정신과 의사들에게 우울증 진단. 치료 교육 및 자살 예방 교육을 하지 않는가. 비정신과 학회에서 우울증 강의를 요청 받고 허락하면 여러 곳에서 하지 말라는 전화가 온다고 한다. 결국 요청학회에 양해를 구하고 강의를 취소한다. 또는 강의 당일까지 우울증 연자 이름을 빈 공간으로 놔두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러나. 과거 국내에서 우울증 연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홍콩과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들을 초청하였었다. 모두 한국의 참상을 보고 크게 놀랐다. 정부는 여기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을 위하여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야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비정신과 의사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예방교육을 하느라 매우 바쁘다고 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비정신과 의사들을 자살예방대책위원회에 포함시키고 외국 정신건강전문가를 초빙해서라도 모든 의사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필자는 작년에 비정신과 의사들이 자살위험군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살상담료를 신설하고, 지역별로 자살예방코디네이터를 배정할 것을 언론을 통해 요구했으나 정부의 어느 누구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루에 1만 명 환자가 방문하는 빅4 병원에도 자살예방코디네이터가 단 1명도 없다. 1만 명 중 적어도 수 백 명은 자살 고위험군일텐데 말이다. 우린 관심도 없으니 그냥 계속 짖으라는 말이다. 이런 자살예방 공무원들이 어떻게 OECD 1위 자살률을 낮출 수 있겠는가.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은 매년 증가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사용되기 때문에 자살률이 줄지 않는 것이다.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미국의 자살률이 한국 보다 훨씬 더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정신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의 항우울제 사용량이 거의 비슷하다. 

이것은 정신 건강을 여러 전문과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2002년 3월에 비정신과 의사들은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악법이 고시되어 순식간에 96%의 의사들이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하게 됐다. 2012년 수잔 오코너 OECD 정신보건 자문관(영국 정신과 의사)도 항우울제 급여제한을 풀라고 했다. 필자 등이 10여년 동안 악전고투 끝에 2022년 12월 1일에 이 악법이 전면적으로 해제됐다. 이제는 일반의도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60일씩 반복적으로 계속 투여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 동안 우울증을 치료할 수 없었기에 다시 우울증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정신분과위원들은 모든 의사들이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재교육해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서 악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승인하고 고시한 보건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