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확대한다는 李, 수입 보장에도 카드업계 ‘글쎄’

지역화폐 확대한다는 李, 수입 보장에도 카드업계 ‘글쎄’

기사승인 2025-05-20 06:00:06
게티이미지뱅크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대행 사업에 소극적이던 카드사들이 대선 이후에는 적극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21대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화폐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은 영향이다.

19일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공보물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확대”가 명시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공개한 10대 공약에는 하위 조항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의무화”가 담겼다. 확대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여러 카드사는 이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 카드사, 신용정보사, 결제 플랫폼사 등 판매대행점 요건을 갖춘 금융사나 전자금융업자라면 누구나 입찰을 거쳐 지역화폐 대행 사업을 따낼 수 있다. 대행사업자는 화폐를 지류, 카드 형태로 발행 및 관리하고 모바일 앱을 개발해 운영해야 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선 이후 지역화폐 쪽으로 수요가 대거 발생한다면 그 수요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지역화폐 확대 규모가 얼마나 큰가에 따라 수익도 커질 것”이라면서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 후보가 예산을 큰 규모로 늘린다면 사업성이 커질 수 있다. 경기도 지역화폐 대행사인 결제 플랫폼사 ‘코나아이’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발행 화폐의 6%를 예산으로 투입하고, 그 중 0.65%가 대행사 인센티브로 돌아온다. 즉, 1조원치 지역화폐를 발행한다면 대행사는 65억원을 가져간다. 시스템 운영비, 유지관리비, 결제 수수료 등 기타 수입을 포함하면 최대 1800억원까지 받는다.

하지만 수수료 수입이 적어 큰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영세사업장에서 쓰이기 때문에 적용 수수료율이 낮아 카드사 입장에서 큰 이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코나아이도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1분기 발행 규모 축소와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지속 인하로 매출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는 지역화폐 수수료를 지역 외에 위치한 대행사가 수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과 이재민 전주대 창업경영금융학과 교수는 지난해 “카드 결제 수수료가 쉼 없이 지역외로 유출돼 지역순환경제 목표와 배치된다”며 “신용카드 수수료는 중소상인에 전가돼 도리어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고 비판했다.

최 연구원 등은 해외 지역화폐와 국내 지역화폐를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 영국의 ‘브리스톨 페이’와 대전의 ‘한밭페이’를 들어 QR결제를 활용한 지역 자체 결제 플랫폼을 써서 결제 수수료를 지역 밖으로 유출하지 않고 운영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연구원 등의 제언대로 지역화폐 사업 자금이 지역 외로 벗어나지 않고 지역 내에 머무르려면 전국 단위로 영업하는 카드사가 사업을 대행하기 어려워진다. 지역 은행 등이 대행사를 맡으면 지역화폐 사업으로 일어나는 경제적 효과가 지역 안에 머무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화폐 사업으로 획득한 지역 주민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카드사보다 은행이 더 많이 응용할 수 있다”면서 “카드사는 카드 발급이나 할인 이벤트에만 쓸 수 있지만, 은행은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카드사는 지금까지 지역화폐 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지난 2023년에는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자였던 신한카드가 결제 플랫폼사 비즈플레이 컨소시엄에 밀려났다. 하나카드와 NH농협카드 등도 타사가 대행하는 지역화폐 사업에 결제망을 제공했으나 대행사로 나서지는 않았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