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조선통신사’로 다시 만나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조선통신사’로 다시 만나다

유물 128점 역대 최대…20여점은 일반 최초 공개
문화교류 유산의 역사적 의미·가치 폭넓게 조명

기사승인 2025-04-25 06:00:09
오지영 서울역사박물관 학예사가 조선시대 통신사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한나 기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시대 통신사(通信使)를 중심으로 양국 간 문화 교류와 신뢰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통신사의 문화 교류 유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집대성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유물들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한·일 간 과거 외교와 문화 교류를 돌아보며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 한·일 관계를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통신사 유물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시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을 25일부터 6월29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 규모는 총 1156㎡로,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이래 최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4건, 일본 지정문화재 8건, 한국 지정문화유산 4건 등 보물급 유물 32건(중복 지정 제외)을 포함해 국내외 18개 기관이 소장한 총 128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약 20여점은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유물로, 통신사 사행 중에 제작된 시문, 회화, 기록 문서 등이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일본 미구쿠루미타마신사에 봉헌된 통신사 그림 ‘에마(繪馬)’, 국서 전달식에서 조선 사절의 위엄과 품격을 담아낸 ‘신미통신사정장복식도권(辛未通信使正裝服飾圖卷)’, 역관이자 천재 시인으로 불렸던 이언진이 항해 중 바다 위에서 직접 써 내려간 ‘송목관시독(松穆館詩牘)’ 등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조선과 일본을 잇는 바닷길을 따라 12차례에 걸쳐 왕래했던 통신사 행렬의 장엄한 기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담은 ‘조선통신사 행렬도’, 양국 문인들이 주고받은 시문을 모은 ‘필담창화집’을 비롯한 다양한 유물로 꾸며졌다. 특히 재일동포 사학자 고 신기수 선생이 평생 수집해온 통신사 관련 유물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며, 개인의 열정이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조선통신사를 단순한 외교사절이 아닌,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문화교류자이자 평화의 메신저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동아시아 교류를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를 본 일본 민중의 생생한 반응이 담긴 통신사 행렬 그림. 김한나 기자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국가 외교 사절단, 통신사’는 국가 외교 사절단이자 평화 외교 시스템으로서의 통신사의 역할과 국가 간 평화 외교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2부 ‘평화가 흐르는 길’은 한양에서 에도까지 이어지는 통신사의 여정과 그 속에서 이뤄진 조선인과 일본인의 만남, 국서 교환의 상징성을 살핀다. 3부 ‘바다를 건너 흐르는 문화’에서는 외교의 지속이 문화 교류와 개인 간 유대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통신사의 유산이 상층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관람객을 위한 몰입형 미디어 영상도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영상 아티스트 장 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 등과 협업한 영상 3편은 통신사 파견의 고뇌, 여정의 풍경, 문사 간 필담 창화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전시에서는 일반적인 문화교류 유산 소개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문학과 예술로 오간 감정의 흔적, 민중의 시선으로 본 외교와 교류의 의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시문과 필담, 서화, 도자기, 마쓰리(祭り), 공예 디자인 등 통신사가 남긴 문화적 영향도 오늘날까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교류 유산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폭넓게 조명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통신사는 일본 애도 정부와의 교류를 통해 많은 의미를 주는 역사적 유산”이라며 “역사를 보는, 역사와 함께하는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들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가치를 되돌아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도 풍성하다. ‘통신사와 함께, 한양에서 에도까지’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형 체험 전시, 유물 퀴즈 존, 학급단체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린이 관람객의 흥미를 돋울 예정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