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대란 오나…통상임금 협상 ‘첩첩산중’

서울 버스대란 오나…통상임금 협상 ‘첩첩산중’

노조 “서울시, 준공영제 운영주체로서 책임 다하라”
노사 협상 시한 임박…결렬 시 30일 파업 가능성

기사승인 2025-04-24 06:00:10
지난해 3월27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송파공영차고지에서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는 가운데 운전기사가 걸어가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사측), 서울시 간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부터 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버스노조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실질적 운영주체임에도 사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노사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공동 운영자이자 재정지원의 최종 책임 주체인데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탄압과 시민 교통권 침해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직무유기이자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 산정 범위다. 통상임금은 노동자에게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이는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질수록 노동자의 수당과 퇴직금 등이 증가하게 된다.

노조는 그간 사측과 총 9차례의 교섭을 벌여왔다. 그러나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며, 이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데 동의하라는 서울시와 사측의 요구는 버스 노동자에게 임금 받을 권리를 포기하라는 협박이며 신성한 노동자의 임금 강탈”이라고 성토했다.

사측의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버스 운행업체 대부분이 준공영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추가 인건비 부담이 서울시 재정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사측은 “재정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괄적인 상여금 산입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현재 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 아래 조정을 진행 중이다. 법정 조정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만일 이때까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노조는 30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3월28일 서울시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2년 연속 파업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지난해 파업 당시 서울시 전체 시내버스의 약 97%가 운행을 멈췄고, 시민들은 극심한 출근길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증편과 무료 셔틀버스 운영 등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했지만, 교통 혼잡은 피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만일의 파업 가능성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진행한다고 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수송대책을 준비할 것”이라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상임금 산입 범위 문제는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이번 협상의 결과가 타 지방자치단체와 운수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