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KAIST, 세계 최초 플라빈 빛 파장 설계

[쿠키과학] KAIST, 세계 최초 플라빈 빛 파장 설계

오환형 플라빈 분자 개발
근적외선 파장으로 첨단 빛기술 응용분야 적용 기대
분자구조 미세조절로 의료·환경·에너지 기술 새 가능성 제시

기사승인 2025-04-23 13:32:51 업데이트 2025-04-23 13:34:11
삼환형 플라빈 분자를 오환형으로 변경하는 연구 모식도. KAIST

플라빈은 생명체 내에서 전자 전달과 광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색소 분자로, 에너지 생산과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중요한 조효소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B2 형태로 존재하며, 색소 특성을 바탕으로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연계의 플라빈은 주로 파란색에서 초록색까지의 짧은 파장 빛만 방출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광소재 활용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KAIST 화학과 백윤정 교수팀이 플라빈의 형광 파장을 근적외선(NIR)까지 확장해 의료·환경·에너지 분야 적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근적외선 파장에서 발광할 수 있는 5개 고리구조를 가진 새로운 ‘오환형 플라빈 분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세 개의 고리를 갖는 삼환형 플라빈 구조에서 핵심 구조를 5개 고리로 확장한 것으로, 여기에 산소, 황 등 이종 원자를 정교하게 도입해 분자의 전자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합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에 개발한 분자는 적외선에 가까운 짙은 붉은색과 근적외선 영역까지 빛을 낼 수 있어 기존 플라빈 색소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황이 포함된 구조체는 772㎚에 달하는 근적외선 영역에서 발광,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플라빈 유도체 중 가장 긴 파장을 기록했다.

긴 파장의 근적외선은 몸 속 더 깊은 곳에서 정확하게 진단·치료할 수 있고, 오염이나 독성물질이 특정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분자는 기존 플라빈에서 드물게 관찰되던 준가역적 산화 특성을 보여 전기화학적 기능성까지 동시에 갖춘 다기능성 분자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연구팀은 분자구조를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빛을 어떻게 흡수하고 방출할지를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전기신호를 전달하거나 변환하는 능력도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기존 플라빈의 한계를 뛰어넘어 빛 파장을 바꿈으로서 활용 기술과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해 친환경 에너지로 만드는 등 발광 파장과 전자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것으로 기대된다.

백 교슈는 “플라빈의 빛 파장을 바꾸면 우리가 원하는 상황에 맞게 빛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원하는 색과 성질을 가진 분자를 정밀하게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빛 기반 기술이 적용되는 수많은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15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Expanding the Chemical Space of Flavins with Pentacyclic architecture / 제1저자 서다영(KAIST), 공동 제2저자 권성연(IBS)·윤가혜(KAIST)·손태일(KAIST), 제3저자 원창현(KAIST), 제4저자 Neetu Singh(KAIST), 제5저자 김동욱(IBS) / DOI: 10.1038/s41467-025-58957-2) 

(앞줄 왼쪽부터)KAIST 원창현 석박사통합과정, 윤가혜 석박사통합과정 (뒷줄 왼쪽부터) 화학과 Neetu Singh 연수연구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