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재개한 공매도가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일부터 18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전 거래일에 매도우위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순매도 금액은 11조원을 넘겼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재개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8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1조2253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지난 10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공매도 재개 직후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4일까지 닷새간 5조8519억원을 쏟아냈고,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는 1조2745억원을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줄었지만 전반적인 외국인 이탈 흐름을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8개월 연속 ‘셀 코리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1년5개월여만에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해외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오히려 외국인 매도 공세에 공매도까지 이어지며 금융당국의 예상을 벗어났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저가에 다시 매수해 주식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롱)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거나 파는(쇼트) 롱쇼트 전략이나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4월에만 10조원을 넘긴 건 공매도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매도가 기름을 부었다는 것.
실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외국인 공매도 거래대금은 10조278억원이다.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달 31일에만 1조1780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 지난 17일까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총 247개(코스피 58개)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유입에 여전히 긍정적이며, 외국인 투자자 이탈 배경으로 부진한 경제 상황을 지목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공매도 재개 이후 외국인 수급 변화에 대해 “지난해 외국인 등록제 폐지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가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당시) 들어온 만큼 빠져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에도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지금 공매도 상황이랑 상관없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확실하게 기존과 다른 부분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