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병원 한계를 넘다…‘심장 치료’ 특화 세종병원

2차병원 한계를 넘다…‘심장 치료’ 특화 세종병원

부천세종병원,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지정
2023~2024년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술 27건
“전문 인력 배출 위한 정부 뒷받침 이어져야”

기사승인 2025-04-21 11:00:03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 지난 15일 A형 대동맥 박리와 심장막 출혈 증상이 있는 76세 환자가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환자는 CT(컴퓨터단층활영) 시행 후 심정지가 왔다. 30분가량 이뤄진 심폐소생술 후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웠다. 이에 부천세종병원은 환자 전원을 수락하고 닥터헬기로 이송해 치료를 이어가 환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천세종병원과 인천세종병원을 둔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그룹이 인천 계양·부평구, 경기 부천·광명시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심장전문병원으로서 그간 수많은 심장병 환자를 치료하고 전문의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수의료 중에서도 손꼽히는 희소 분야인 심장 분야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은 17일 인천세종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세종병원은 ‘심장병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심장 분야에 특화된 병원”이라며 “40년 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심장 치료 전문가를 배출하고 심장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2년 개원한 부천세종병원은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이자 301병상 규모의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이다. 27개 진료과를 두고 있으며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문을 연 인천세종병원도 병상 307개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30개 진료과를 두고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의료진이 심장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제공

두 병원의 ECMO(에크모·인공심폐기), TAVI(경피적 대동맥판 삽입술), 복잡 심장기형 수술, 대동맥박리 수술, 심장 이식술 등 고난도 심장 수술은 증가 추세다. 2020년 148건이던 심장 수술은 20221년 168건, 2022년 182건, 2023년 266건, 2024년 379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이뤄진 심장 수술 건수는 총 1706건으로 집계됐다. 2023~2024년 인천세종병원에서 진행한 심장 이식수술만 27건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키워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포괄 2차 병원은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기능을 모두 갖추고 급성기부터 만성기까지 환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 종합병원을 뜻한다. 부천·인천세종병원은 지역 환자는 물론 타 병원에서 의뢰된 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하는 우수 2차 병원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부천세종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1만5860명의 환자를, 인천세종병원은 1만6147명의 환자를 의뢰받아 치료했다.

오병희 인천세종병원장은 “세종병원은 심장 분야에선 상급종합병원이다. 모든 심장 관련 진료가 가능하다”며 “부천세종병원에서 쌓은 심장 진료 노하우를 인천세종병원에 접목시켜 여러 지역의 환자를 보고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는 종합병원에서도 가능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의정갈등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며 세종병원도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겼지만, 필수의료에 필요한 전문의를 계속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천세종병원에 80명, 인천세종병원에는 97명의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며 당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의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수만 놓고 보면 인천광역시 내 상급종합병원보다 많다. 인천세종병원은 심장내과 전문의 10명,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5명을 두고 있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이 17일 인천세종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특히 부천세종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심장 분야 전문의 8명,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4명을 두고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을 치료하고 있다. 오 병원장은 “전국 소아 심장 분야 전문의 가운데 상당수는 세종병원 출신”이라며 “세종병원은 소아 심장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종병원의 간호사들도 환자 진료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세종병원은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집중치료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전담간호사를 임명해 필수의료 분야 숙련 간호사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기준 두 병원의 간호사 수는 1161명이다.

김순옥 인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은 “세종병원의 심장 수술이 높은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간호사 교육 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간호부원장은 “심장 이식 환자를 케어하는 간호사를 양성하는 데에만 2~3년 정도의 교육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중환자 전담 간호사가 높은 업무 난이도, 낮은 수가 때문에 그만두기 일쑤다. 이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수가가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병원 의료진은 지역 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커져야 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이대로는 고난도 진료 영역인 소아 심장 분야를 지속하기가 힘들다”며 “소아 심장 치료에 특화된 병원은 소아심장센터로 지정해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전문 인력이 계속 배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문의 위주로 지역·필수의료를 위해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2차 의료기관의 현실을 고려한 지원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