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국힘 경선, 시작된 ‘이재명 때리기’…李는 정책 행보 ‘뚜벅뚜벅’

막 오른 국힘 경선, 시작된 ‘이재명 때리기’…李는 정책 행보 ‘뚜벅뚜벅’

기사승인 2025-04-20 06:00:08 업데이트 2025-04-20 14:30: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조기 대선 레이스가 막이 오른 가운데 본격 ‘네거티브’ 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당 정견 발표에서 일제히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반면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반(反)이재명’ 전략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지난 18일 열린 당 제21대 대통령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이 후보를 향한 공세에 한목소리를 냈다. 

훙준표 후보는 “이번 대선은 바로 홍준표 정권이냐 이재명 정권이냐 양자택일의 선거”라며 “이재명 정권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인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의힘 후보, 밖의 반(反)이재명 경선에 서 있는 다른 당 후보 등을 모아 ‘전과자의 나라’를 만들지 않기 위한 빅텐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이번 선거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라 전쟁”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지적처럼 민주당이 자행한 30번의 탄핵, 41번의 단독 입법이 국정을 망가뜨렸다. 사람만 바꾸는 구시대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도덕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거짓 없는 정직한 사람 저만이 이재명의 거짓과 부패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는 범죄 혐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복 후보도 “이 후보는 많은 부분에서 의혹을 받고 있으며 현재 재판 중”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대표 정치 철학인 ‘기본 사회’ 등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나경원 후보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국가신인도를 낮추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면서 “반시장적, 반헌법적 경제 정책을 쓰면 대한민국은 쫄딱 망한다”고 언급했다. 

자질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이철우 후보는 “대통령다운 대통령,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했고, 양향자 후보는 “저는 이재명 필요 없다. 트럼프!”라고 외쳤다. 

이번 행사는 후보들이 자신의 ‘국정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사실상 ‘이재명 때리기’ 위주의 집단 공세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은 의제가 이 후보에 쏠리는 것을 우려해 행사 중간에 “그동안 아까운 시간에 타당 후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우리 당과 후보에 집중해 이야기하자”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안정과 번영을 담당할 적임자가 국민의힘 후보임을 확신할 수 있게 하자”고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반면 이 후보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집권 비전 ‘K-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는 △AI △방위산업 △문화콘텐츠 등 핵심 미래 먹거리 산업을 제시하며 관련 현장 간담회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민주당 지역 경선 일정에 맞추어 전국의 지역별 맞춤형 산업 전략도 함께 내놓는 중이다.

이는 네거티브 대신 자신이 내놓은 비전을 구체화하며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상대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보다 좋은 정책을 하나 더 내놓는 것이 훨씬 낫다”며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국민의힘의 ‘반이재명’ 전략에 대해 당의 취약점을 가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또 네거티브 전략이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선에서 내세워야 하는 것은 인물과 정책”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내부적으로 당의 역량이나 인물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네거티브전으로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정책으로 당을 단련시켜 오지 않았다. 지지자들도 네거티브에 더 익숙하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다”며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추려지더라도) 정책을 내놨을 때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