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전략, 실제 성과로…불황 넘어서는 석화기업은 어디

고부가가치 전략, 실제 성과로…불황 넘어서는 석화기업은 어디

- 금호석화, NB라텍스 등 고부가 제품…1분기 청신호
- 코오롱인더, 아라미드 앞세운 모빌리티 신사업 강화
- 코폴리에스터 성과 본 SK케미칼, 올해 생산능력 확대

기사승인 2025-04-19 06:00:09
금호석유화학 울산 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 제공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의 전망이 올해도 불투명한 가운데,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전략으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자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의 기술격차를 넓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금호석유화학의 올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762억원으로, 전 분기(100억원) 대비 66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극심한 업황 부진에 따라 지난해 총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2728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10% 이상 늘어난 30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어용 고부가 합성고무와 의료용 장갑의 원료인 NB라텍스 사업이 실적을 이끌 예정이다. 합성고무는 전기차 등 전방산업이 성장세를 맞는 데다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 대비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재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호황을 맞았다가 공급 과잉으로 주춤했던 NB라텍스 부문 업황도 4년 만에 개선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NB라텍스 글로벌 생산능력이 210만톤에서 351만톤으로 급증했지만 올해부터 설비 폐쇄 등으로 공급 과잉이 끝나고 있다”며 “올해 글로벌 총 수요는 218만톤으로 지난해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국산 의료용 장갑에 2025년 50%, 2026년 1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추가로 부과하면서 수출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금호석화가 생산하는 말레이시아산 NB라텍스는 상호관세 유예로 현재 10% 관세만 적용된 상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분기 영업이익 4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1월 자동차 소재·부품 역량을 결집한 새 본부를 출범하며 모빌리티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아라미드’ 원사를 가공한 펄프로 타이어 고무, 브레이크, 패드, 가스켓 등 자동차 부품 보강재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강하면서도 열과 마찰에 강한 슈퍼 섬유로 불린다. 지난 2023년 말 아라미드 원사 생산량을 기존 7500톤에서 1만5310톤으로 2배 이상 늘리며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지난해 11월엔 구미공장 아라미드 펄프 생산능력을 기존 1500톤에서 3000톤으로 높였다.

또, 수익성이 높은 타이어코드 제품에 대한 투자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월 베트남 공장에 300억원을 들여 타이어코드 공장 열처리 설비를 추가해 생산능력을 연 3만6000톤에서 5만7000톤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7년 예정대로 공장이 가동되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아직 1분기 실적 전망치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소재’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SK케미칼 역시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스페셜티 소재인 코폴리에스터 분야를 확대해 내열성·투명성을 갖춘 특화 소재 ‘에코젠(ECOZEN)’ 판매량을 확대한 것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코폴리에스터는 투명성, 고기능성을 지닌 스페셜티 소재로 식품용기, 화장품, 전자 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소수의 기업만 상용화에 성공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SK케미칼은 올 상반기 중 울산 공장의 코폴리에스터 생산설비를 고부가 코폴리에스터 제품 생산설비로 교체하며 생산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범용 석화제품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이 일어나면서 업계 전체에서 스페셜티 강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과거부터 고부가가치 소재 및 제품을 양산해 온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