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수계아연전지 내구성 3배 향상"… 에너지연 '전자스펀지' 개발

[쿠키과학] "수계아연전지 내구성 3배 향상"… 에너지연 '전자스펀지' 개발

구리산화물 나노입자 개발,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2500회 충·방전 실험 안전성 확인
3.5㎾급 ZIFB 실증기술 접목, 상용화 추진

기사승인 2025-04-17 16:06:07
구리산화물 개질 전극의 '전자스펀지' 기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아연 기반 수계아연전지는 수계시스템의 높은 안전성과 저렴한 소재 및 제조비용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수계아연전지는 휘발성 액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보다 화재 위험이 낮고 친환경적인 특성을 갖는다.

특히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ZIFB)’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아연-브로민 흐름전지(ZBFB)’와 비교해 반응특성, 환경친화성, 가격경쟁력 등이 우수하다.

그러나 아연기반 이차전지는 충전 중 아연 음극에서 덴드라이트가 발생해 분리막을 뚫고 단락을 발생시킬 수 있고, 수소발생 부반응으로 전지 내구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차전지 내구성 3배 높인 전자스펀지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에너지저장연구단 양정훈·이찬우 박사팀이 구리산화물 기반 신규 전극소재를 개발,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해 내구성을 3배 이상 개선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규 구리산화물 나노입자는 음극의 전자를 효과적으로 흡수·방출하는 ‘전자스펀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아연과 합금 특성을 갖는 다양한 후보 물질을 입자 크기별로 테스트한 결과 나노입자 크기의 구리산화물이 가장 우수한 아연 친화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신규 구리산화물 나노입자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자를 흡수, 이를 중심으로 아연이 평평하게 들러붙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산화구리가 아연이온을 강하게 끌어당겨 별도 에너지를 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연이 산화구리 주변에 달라붙어 고르게 자라 기존 무질서한 아연 형성으로 발생하는 덴드라이트를 억제했다. 이는 산화구리가 충전 중 전극에 몰리는 전자를 스펀지처럼 흡수해 아연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전 중에는 산화구리가 스펀지에서 물을 짜내듯 전자를 외부로 빠르게 방출하고 아연금속 용해를 촉진시켜 음극에 붙은 아연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충·방전이 반복될 때 남은 아연이 덴드라이트로 성장하는 것을 방지했다.

구리산화물 나노입자 전극을 적용한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ZIFB)의 사이클 성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실제 연구팀이 계산과학으로 ‘전자스펀지’를 ZIFB에 적용한 결과 2500회 충·방전에도 덴드라이트가 형성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전지가 800회 충·방전에서 덴드라이트를 형성하는 것을 고려하면 내구성이 3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특히 충전용량 대비 방전용량 비율이 98.7%로 높은 효율 특성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ZIFB 대비 30%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것으로 상용화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양정훈·이찬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자스펀지라는 신개념을 도입, 실제 ZIFB에 적용해 실증한 것으로, 다양한 이차전지 전극 소재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며 “이미 확보한 3.5㎾급 ZIFB 실증기술과 접목해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작한 3.5㎾급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ZIFB) 시스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편, 이번 연구는 에너지연 기본사업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IF 14.7)‘ 지난 1월호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