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겼다. 2022년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전월세 신규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다. 2021년 41.7%에서 2022년 47.1%, 2023년 55.2%에 이어 지난해 57.5%로 급격히 늘어난 뒤 올해 처음으로 60%를 넘겼다. 4년 만에 20%p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월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1~11월 실거래 가격을 바탕으로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매월 지불하는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가 84만원이었다. 지난 1월 월세가 80만원으로 4만원 오른 것이다. 1년을 기준으로 하면 48만원 더 지불해야 한다.
사람들이 월세 살이를 택하는 이유는 2022년부터 시작된 전세 사기 사태의 영향이 크다. 당시 임대인, 중개인 등 전세계약 관련자들이 고의로 세입자를 속여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 사태가 대거 발생했다. ‘인천 건축왕 사건’, ‘강서구 빌라왕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전세계약 시 임차인이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들을 모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출시했다. 임차인이 담보설정 순위와 관계없이 보증금 중 일정 금액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우선 변제금액 제도도 운영했다.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역시 마련했다.
하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는 여전히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 박용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인정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수는 지난 2월 기준 총 2만7372명이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밝혔던 피해자 수 2만4668명에서 2804명 증가한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평균 약 47명이 증가한 셈이다. 끝나지 않는 피해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심리를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를 막으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사람들이 월세를 선호한다기보다는 전세 사기가 무서워 비자발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분위기”라며 “전세의 일정 부분 금액을 중간에 예치하는 방식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 피해 구제도 중요하지만,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때”라며 “전세 시장 안정화는 주거 안정과 연결되는 거라 중요하다”고 말했다.
